“이, 정당방위”-“승선자 사냥” 구호선의 진실은… 이스라엘 옹호·비난 설전 격화

입력 2010-06-07 21:30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 해상 국제 구호선에선 지난 5월 31일 새벽 5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이스라엘은 군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130㎞가량 떨어진 공해상에서 국제인권단체 ‘프리 가자 운동(Free Gaza Movement)’의 구호선단 6척을 공격했다. 구호선에 타고 있던 9명의 활동가들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외교적 궁지에 몰린 이스라엘은 “민간단체에서 먼저 무력을 시도했고, 자신들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구호선에 승선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이스라엘은 사건 직후에 1분1초짜리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자위권 차원에서 이스라엘군의 발포가 이뤄졌음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영상엔 구호선을 정선시키기 위해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첫 병사가 내려오자 선박 위에 있던 사람들이 쇠몽둥이와 의자로 병사를 집단 공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 다른 병사는 배 밖으로 던져졌다. 유튜브 동영상이 공개된 뒤 네티즌들은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옹호와 비난의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작전에 투입됐던 한 군인은 “그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며 “쇠파이프와 칼 등 각종 무기로 무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은 무기가 없었고 뒤따라온 동료들도 페인트볼 총만 지녔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하이에나 같았다”=승선원 대부분은 이스라엘 특공대가 배에 오르기 전부터 총을 쐈고 배에 올라 곤봉과 전기충격기로 사람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프리 가자 운동’은 특공대원들이 잠자고 있던 민간인들에게 직접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호주 페어팩스미디어 소속 기자 폴 맥거흐는 “이스라엘 특공대는 하이에나처럼 승선자들을 사냥하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활동가 디미트리스 필리오니스는 이스라엘 특공대가 구호선 장악 과정을 찍은 비디오 동영상이 인터넷에 전송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영상 송출장비를 다루던 터키 활동가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활동가는 머리와 몸에 총탄을 맞았다.

그리스인 미하리스 그리고로폴로스는 “배에 오르는 특공대원을 상대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해 흉기 등으로 저항했다는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부인했다.

◇원인은 가자지구 봉쇄정책=이스라엘은 2007년 6월 가자지구가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배 아래 놓이자 육지와 해상 출구를 강력히 틀어막고 구호품의 극히 제한적 반입만을 허용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반인도주의적 봉쇄를 풀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로선 하마스의 위협이 여전해 봉쇄정책을 선뜻 수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3일 잠정조사 결과 발표에서 “특공대원들이 잘 훈련된 용병에 의해 공격당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러면서도 가자지구 반입 물품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해상 봉쇄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