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종묘공원, 다시 노인들 정치대결場으로 “오늘은 ○○회랑 한판”
입력 2010-06-07 18:51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훈정동 종묘공원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인단체들이 활동을 재개한 탓이다. 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7일 “정치 현안을 놓고 노인끼리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비일비재한 말다툼은 틈틈이 몸싸움으로 번진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노인들은 지난 5일에도 진보·보수로 갈려 주먹다짐을 벌였다.
충돌은 주로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아사달원로회 사이에 빚어지고 있다. 노인들로 구성된 두 단체의 정치색은 극과 극이다. 어버이연합 추선희(51) 사무총장은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닌데 우리나라 사람이 북한을 두둔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느냐”며 아사달원로회에 대한 불만을 늘어놨다.
두 단체의 충돌 도화선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었다. 지난 4월 중순 사고를 북한 소행으로 확신하던 어버이연합 노인들은 “북한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아사달원로회 측 강연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후 노인들은 사실상 천안함 침몰 원인이 밝혀진 지금까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버이연합과 마찰을 빚고 있는 아사달원로회는 지난 3월 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진보 노인단체 홍익인간노인회에서 갈라진 아사달노인회가 이름을 바꾸고 다시 등장한 것이다. 홍익인간노인회는 애초 어버이연합에 맞서려고 결성됐다(본보 지난해 8월 28일자 6면).
아사달원로회 이종원(67) 총무는 “단체 이름만 노인회에서 원로회로 바꿨지 활동 방식이나 구성원은 예전과 같다”며 “매일 오후 종묘공원 관리사무소 앞에서 정부와 보수 언론을 비판하는 홍보성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종묘공원에서 안보 강연회를 열다 돌연히 사라졌던 21세기노인연합은 ‘우리는 이웃 우리는 가족’(우리이웃)으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을 재개했다. 21세기노인연합은 나라사랑노인회에서 분파한 보수 노인단체다. 나라사랑노인회가 없는 지금 우리이웃의 경쟁 상대는 어버이연합이다.
“우리가 원래 어버이연합에서 뜻 맞는 사람끼리 나온 거야. 어버이연합은 노인만 상대하는데 우리는 이번에 활동 대상을 청장년층으로 확대할 생각이야. 그래서 단체 이름에서 ‘노인’을 뺐어.” 어버이연합 회장을 지냈던 우리이웃 조용근(85) 회장은 보수 노인단체가 분열할 때마다 새 대표로 추대됐다.
이들은 어버이연합과 마찬가지로 반공과 안보를 강조하지만 활동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한 회원은 “어버이연합처럼 과격한 집회는 안 한다. 쉽게 말하면 거긴 강성이고 우린 온건”이라며 선을 그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