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증가·입주폭탄·거래 제로·건설사 구조조정… 부동산시장 ‘4대 악재’에 휘청거린다
입력 2010-06-07 18:45
부동산시장이 ‘악성 미분양’ ‘거래 제로’ ‘구조조정’ ‘입주폭탄’이라는 4대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돈줄 마른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떨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지난 2007년 분양했던 아파트 입주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다. 시중 부동자금은 아파트 대신 수익형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다.
◇‘4대 악재’에 빠진 부동산시장=수도권발 ‘4대 악재’가 주택시장에 휘몰아치고 있다. 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4월 미분양주택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악성 미분양은 4392가구로 전달보다 336가구나 늘었다. 지난 1월(3631가구)과 비교하면 무려 21%나 늘어났다. 거래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의 불씨로 꼽히는 악성 미분양은 여러 업체의 목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견건설업체인 성우종합건설은 이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미분양 증가 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이 결정된 지 사흘 만이다.
앞서 시공능력 69위의 성지건설은 지난 4일 1차 부도를 낸 후 가까스로 최종부도 위기를 넘겼다. 성지건설 역시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의 미분양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마무리되는 금융당국의 신용위험평가를 앞둔 건설사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혈안이다.
하지만 ‘입주폭탄’이라는 또 다른 먹구름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도권에 들어서는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8만∼10만 가구다. 문제는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이에 따라 아파트 계약자들이 기존 집을 팔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입주율이 떨어지면 분양가의 20∼30%에 달하는 잔금을 받지 못하는 건설사들로서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로 이동하는 부동자금=곳곳에 악재가 숨어있는 부동산시장에서도 ‘대박’이 터지고 있는 곳이 있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과 ‘중소형 알짜’ 물량들이다.
지난 4일 마감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코오롱 더프라우 2차 오피스텔’은 197실 모집에 1559건이 몰려 약 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소형 면적(44∼95㎡)은 10.2대 1로 마감됐다. 같은 날 마감된 서울 역삼동의 진달래 2차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그레이튼’ 역시 22가구(59∼84㎡) 모집에 234명이 몰려 평균 10.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59㎡형은 15.1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수익형부동산이나 소형주택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이라며 “정부의 별도 대책이 없는 한 올해 3∼4분기까지는 이 같은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