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의 진보교육감 시대] 4회 : 정치중립과 거리 멀어진 교육감 선거
입력 2010-06-07 18:25
정치색으로 덧칠된 후보들 교육이 정치에 휘둘릴 우려
교육감 선거는 교육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있다. 정당이 특정 교육감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자치 정신이 크게 훼손됐다. 교육감 후보들이나 정당 모두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 연대를 과시하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지난달 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원희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정진곤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한나라당 정두언 임해규 진수희 원유철 의원이 배석했다. 한나라당이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들이라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주려는 의도였다.
진보 후보들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야권의 경기도지사 후보직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민주당 김진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예비후보가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와 함께 무상급식 정책 협약식을 가졌다.
선거 포스터 색깔을 보면 보수 후보들은 온통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었으며, 진보 성향 후보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대부분 사용했다.
주부 김모(46·서울 합정동)씨는 “투표용지 맨 위에 있는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이고, 곽노현 후보가 야당 후보인 줄 알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무늬만 자치와 중립인 현행 교육감 선거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이전부터 선거방식 변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현재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방식 개선 방향은 ‘정당 공천 허용’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 ‘간선제 회귀’ 등이다.
정당 공천과 교육감·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에 대해서는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당 공천을 하는 순간 교육감은 필요 없게 된다. 교육 정책이 정치적인 논리에 크게 휘둘릴 것”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이기우 인하대 법대 교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모두 교육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모순된 논리가 성립한다”면서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거나 교육감 후보를 시·도지사가 추천하는 형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정당공천·러닝메이트 쪽에 기울어 있다. 원유철 의원은 지난해 말 시·도지사 후보자가 교육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나경원 권영진 의원 등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시·도지사 임명제, 현행 직선제 유지 등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해당 시·도가 조례로 선택하는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하반기 국회가 열리면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개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간선제나 정부 임명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교육 자치의 근간을 훼손시킬 수 있는 의견이라는 지적이 훨씬 많다.
모규엽 박지훈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