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드컵 해설 맡은 차범근씨 “축구 위한 봉사라 판단 고심 끝 수락”
입력 2010-06-07 18:47
“참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제가 조금이나마 해설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축구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도 보람이 될 걸로 생각해서 해설위원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차범근(57) 전 수원 삼성 감독이 SBS ‘2010 남아공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SBS는 빈약한 해설진을 보완하기 위해 그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는 MBC와의 인연, 고된 감독생활 후 피로감 때문에 SBS의 제안을 계속 고사했다.
7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몇 차례 고사했지만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온 국민이 즐기는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 일조한다는 뜻에서 고심 끝에 SBS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수락했으면 좋았겠다. MBC와 SBS에 모두 미안하다”고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가 고액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감독할 때나 MBC 해설할 때도 돈을 좀 받았다. 하지만 그 출연료는 축구센터를 운영하는 등 축구 발전을 위해서 써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SBS는 2014년 월드컵도 단독 중계하게 돼 있는데,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브라질 월드컵까지 해설해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심”이라고 덧붙였다.
차 전 감독은 한국전 조별 예선리그 3경기와 북한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의 해설을 맡는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 이후 모든 한국전과 주요 관심 경기도 추가로 해설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 팀이 16강을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객관적으로 못 올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아르헨티나야 월등히 우수하지만 나이지리아나 그리스의 경우 팀 조직력이나 경기력 측면에서 우리와 좋은 싸움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연신 땀을 흘리며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던 그는 아들 차두리 선수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부자가 2002년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해설위원과 선수로 나서게 된 것에 대해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제 몫을 했으면 좋겠다. 영광스럽고 의미 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두리가 골을 넣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월드컵에 누구라도 자식이 골을 넣는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차두리는 수비를 맡는다. 수비수라고 골을 넣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자칫 골을 강조하는 마음을 아들에게 보여 아들이 골을 넣으려고 나가다가 뒤를 비게 할 수도 있다”면서 “모쪼록 최선을 다하고, 골을 넣으면 굉장히 기쁠 것”이라며 웃었다.
8일 오후 11시 남아공으로 출국하는 차 전 감독은 “스페인전을 보니 대표팀이 경직된 기색 없이 당당하게 잘 해냈다. 좋은 플레이를 보였고 대한민국 축구가 발전했다고 느꼈다”면서 “좋은 해설과 좋은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