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국형 질병 늘어나는 21세기 한국
입력 2010-06-07 17:44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간의 숙명이지만 가급적 건강을 유지하면서 오래 사는 것이 모든 이들의 바람이다. 이를 실현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전염성 질병 등 공중보건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일수록 무병장수 비율이 높은 반면 후진국에서 전염성 질병사망자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른바 ‘후진국형 질병’으로 불리는 결핵, A형 간염, 볼거리 환자가 급증 추세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결핵환자는 3만5845명으로 지난 1993년 이후 가장 많았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감염되는 A형 간염환자도 작년 1만5000명을 넘어 10년 새 무려 150배나 증가했고, 흔히 볼거리로 불리는 유행성이하선염도 6399명으로 198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의 유아원 및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머릿니 감염 비율도 4.1%에 달했다니 대한민국 이야기가 맞는지 의아하다.
의료계는 정부 차원의 예방대책이 소홀했고 국민들도 예방접종을 게을리 한 탓으로 분석했다. 공동체 생활이 잦아지고 해외여행 등 공간이동이 많아진 것도 이유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미 사라진 질병이라 여기고 신경을 덜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학 발달로 이들 질병은 치료효과가 높지만 자칫 합병증이 유발되거나 허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일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질병은 늘 방심을 파고든다. 정부나 국민들이 위생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이 같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내 식당에서 파는 김밥 가운데 12.5%에서 대장균과 식중독균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인 김밥의 위생상태가 이 모양이라면 과연 우리 보건당국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소득만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국민의 문화 수준과 함께 질병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이를 가름하는 척도다. 보건당국의 보다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