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닭과 ‘반려생활’… 경주마 성적 향상 큰 성과
입력 2010-06-07 20:57
경주마들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염소와 닭 등이 나섰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고가의 몸값을 자랑하는 경주마들의 나쁜 버릇을 고치고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반려동물들을 경주마와 함께 생활하도록 한 결과 상당한 치료효과를 보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부산경남경마공원(본부장 박성호) 소속 미국산 암말 ‘아주 좋아’(3세)의 경우 최근 펼쳐진 1400m 경주에서 선두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고 2위를 무려 25m 차로 따돌리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밤새도록 고개를 끄덕이는 나쁜 버릇 때문에 4주전 경주에서 5위에 그치는 침체기를 겪었던 ‘아주 좋아’는 염소와 함께 생활한지 3주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외국산말의 세대교체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아주 좋아’를 맡고 있는 유병복 조교사는 “지난해 7월 데뷔한 ‘아주 좋아’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해 단시간에 정상급 경주마로 성장했지만, 예민한 성격과 나쁜 버릇으로 슬럼프가 걱정됐는데 염소와 생활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마공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1000여 마리의 경주마들은 방목을 좋아하는 습성과 반대되는 경마공원이라는 공간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경주마들은 마방을 도는 버릇, 좌우로 흔들흔들하는 버릇, 발로 차는 버릇, 씹는 버릇 등의 행동을 보인다.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물론 체력저하와 질병발생 및 상처 등으로 경주마의 수명까지 단축시킬 수 있어 마필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마공원 측은 머리를 자주 흔드는 ‘파인질주’(국산·3세) 등 5마리의 경주마를 위해 염소와 닭을 들여왔거나 준비 중이다.
경마공원 전형선 수의사는 “경주마들 중 10% 정도는 적응을 못하고 이상한 행동들을 나타내게 된다”며 “앞으로 반려동물을 이용한 심리치료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