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59)

입력 2010-06-07 14:00

긍정의 힘을 부르는 말

5월 하순 영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 우리 출장자 일행은 시차극복을 위한 골프 라운드를 했다. 유러피언 투어를 개최하는 명문 London Club에서 우리는 전동 풀카트를 끌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H상선 P부장은 동반자들을 배려하고 적절한 위트로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신사표 골퍼로 런던 주재원 출신의 중상급자이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골프장에서 빌려준 전동 풀카트가 고장을 일으켜 자꾸 우측으로 쏠리는 바람에 P부장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 늘 오른팔에 힘을 주고 있었고 따라서 경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퍼팅은 번번이 짧아서 전반 내내 경기 흐름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잠깐 풀카트를 수선하였으나 쏠림 현상이 계속되자 그는 10번홀부터는 아예 카트를 쓰지 않고 직접 백을 메고 플레이를 하였고, 그 탓인지 그는 다소 지루한 연속 보기 행진을 하게 되었다.

파4인 16번 홀은 페어웨이와 그린이 낮은 곳에 있어서 티샷을 페어웨이에만 안착시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스트로크 인덱스(Stroke Index, 일명 핸디캡) 12의 360야드짜리의 편안한 홀이다.

P부장의 티샷은 다소 오른쪽으로 밀려서 얕은 러프에 걸렸고, 그의 침착한 세컨드샷은 그린 주변의 안전지대에 떨어졌다. 그는 어프로치로 약 2미터 거리에 붙여 파 퍼팅을 남겼다. 함께 동반했던 B 후배는 멋진 장타에 이어 방향성 좋은 피치 샷을 했으나 핀을 10미터 지나서 온그린 되었고 첫 퍼팅은 짧아서 1.8미터의 파 퍼팅을 남겼다. 나의 세컨드샷은 홀(컵) 좌측 5 미터에 떨어졌으나 강력한 버디 퍼팅이 홀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1미터의 파 퍼팅을 남기게 되었다.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10:10)

긍정론자 P부장이 첫번째로 퍼팅 어드레스에 들어가면서 '먼저 넣어서 파를 하겠습니다'라고 결의에 찬 선언을 하였고 홀 중앙에 정확히 떨어지는 퍼팅으로 그는 선언한 대로 파를 잡았다.

이를 본 B 후배는 '제가 넣어서 파를 하고 사장님께 기브를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주저함 없는 정확한 퍼팅으로 홀에 떨어뜨려 파를 잡았다. B 후배는 파를 세이브했다고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그린을 벗어났다. 그런데 웬일인지 나의 남은 퍼팅에 기브를 준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하고 깊이 생각하면 잡념이 떠오르고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나는 '기브 여부에 상관없이 확실히 들어가는 퍼팅을 보여주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홀의 뒷벽을 치는 강력한 퍼팅으로 파를 잡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한 홀에서 모두가 파를 성공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데, 그 홀에서는 세 사람 모두 긍정의 힘을 부르는 말로 승기를 잡은 것이었다.

다음 17번 홀은 185야드의 오르막 파3 홀로 그린 좌측 앞에 깊은 벙커가 도사린 난이도 있는 홀이라, 오너인 나는 자칭 새가슴 골퍼답게 그린 우측을 향해 샷을 했고, 볼은 그린을 벗어난 둔덕으로 살짝 올라갔다. 분명히 스트로크 인덱스 2로 난이도가 높은 홀임에도 불구하고, P부장은 '별로 어렵지 않은 홀이니 내친 김에 연속 파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B후배도 함께 동조하였다. 그 두 사람의 티샷은 그림같이 날아서 핀 옆에 붙어 버디를 노리는 좋은 자리를 확보하였다. 아깝게도 두 사람의 퍼팅은 홀을 스치며 지나가서 버디를 놓치고 그들이 말한 대로 파를 잡게 되었다.

연속 파를 잡고 두 사람은 발걸음도 힘차게 마지막 홀로 이동하면서 행복한 불평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파를 한다고 할게 아니라, 버디를 친다고 할 것 그랬나 봐요'

두 사람의 마지막 홀 티샷은 페어웨이로 만족스럽게 날아갔다.

“The guy who believes in happy endings is going to play consistently better golf.”

행복한 마무리를 믿는 골퍼가 골프를 꾸준히 잘 칠 수 있다. 토니 레마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