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전사 故 임재엽 중사 어머니 강금옥씨 “46명 모두 내 아들” 매일 묘비 닦아
입력 2010-06-06 22:06
천안함에서 전사한 고 임재엽 중사 어머니 강금옥(56·대전시 가양동)씨는 매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46용사 묘역을 돌보고 있다.
강씨는 희생 장병들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묘역을 찾아 주변을 청소하고 46개 묘비를 일일이 닦고 청소한다. 현충일인 6일 오전에도 그는 대전현충원을 들렀다.
“아들이 여기에 있어서…, 여기를 들러야 마음이 편해서….”
남색 모자를 쓴 어머니는 현충일이어서 많은 참배객이 몰려들었으나 개의치 않는 듯 희생 장병들의 묘비를 돌아다니며 비석을 닦고 꽃에 물을 주었다. 자신의 이름보다 ‘재엽이 어머니’라 불리고 싶다는 강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2시간여 동안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는 “애도하는 마음에 술 같은 것을 따라놓고 가는 것은 알지만 음료수나 음식물은 집에 돌아갈 때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라도 치우지 않으면 야생동물이 찾아오고 개미들이 까맣게 몰려들어 46명의 아들들이 묻힌 묘역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삼남매 중 막내인 임 중사는 유독 착한 아들이었다며 어머니는 눈시울을 적셨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아들을 보내고 나서야 어머니는 이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머니는 “그 바보 같은 녀석이 아랫사람들을 얼마나 잘 챙겨줬는지 예전에 같이 복무하다 제대한 후배들이 요즘도 묘역을 찾아와 참배하고 간다”면서 “아들을 자상하고 따뜻한 선배로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고가 나기 열흘 전 아들은 가족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재엽이가 내성적이라 속마음을 말하는 애가 아닌데 그날 술을 마셨는지 ‘엄마 늙지 마세요’라고 하더라.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는 것도 벅찬 요즘, 일부 시민의 비뚤어진 시선 때문에 그녀는 두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는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게 됐으니 좋겠다는 등 주위에서 비꼬아 하는 말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며 “100억을 준다 해도 우리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과는 바꾸지 않는다”면서 가슴을 쳤다.
죽어서 영웅이 된 아들보다 살아 있는 아들이 그립다는 그는 앞으로도 힘이 되는 대로 46명의 아들을 만나러 오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