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黨 “청와대 아직 정신 못 차려”

입력 2010-06-07 00:19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뒤숭숭한 한나라당에 ‘정풍(整風)’이 불었다. 김성식 구상찬 정태근 의원 등 초선 의원 23명이 6일 모임을 갖고 대대적인 당·정·청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7·28일 재·보궐 선거 때까지 인적 쇄신은 없다”는 청와대 입장과 정면충돌한다. 당내는 물론 당·청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인다.

국회 의원회관 모임에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자기반성의 목소리와 함께 청와대 쇄신을 촉구하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김용태 의원은 “민심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부응할 수 있는 당의 변화와 더불어 정부, 특히 청와대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은 “세종시 문제로 충청이, 4대강 사업으로 종교계가, 대북문제로 청년층이 이탈했는데 이는 정부와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라면서 “여권 변화의 핵심은 청와대가 변해야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청와대의 ‘오더’를 받으면 당이 그대로 따르던 당·청 관계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성 의원은 “당·청 관계에 있어 청와대에서 독립할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적 쇄신 연기 입장을 밝힌 청와대의 안일한 정국 인식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상당수 의원이 ‘잘못하다 내가 죽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으니 참으로 큰일”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참모진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의 진의를 잘못 전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쇄신 요구가 제기됐고, 특히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당 리더십을 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성식 의원이 “국민과 소통하고 변화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물꼬를 텄다. 그 일환으로 제기된 것이 세대교체론이다. 권택기 의원은 “한나라당은 60대 리더십이다. 20∼30대는 물론 40∼50대와도 소통을 못 한다”며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선배들은 2선으로 후퇴하고 40∼50대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 사회의 주축 세력인 40∼50대와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구상찬 의원은 “초선 의원이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