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의 진보교육감 시대] 3회: 자율학교냐 혁신학교냐… 충돌하는 교육정책
입력 2010-06-06 22:08
“기회 균등” 진보교육 깃발… 폭풍전야
수월성 교육이냐 형평성 교육이냐. 학력 신장이냐 기회 균등이냐.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경쟁을 가속화해 학교를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율형사립고(자율고)나 특수목적고 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혁신학교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에 있어서도 진보 교육감들은 정부 방침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갈등과 마찰이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국정과제로 설정하면서 현 정부 임기 동안 전국에 자율고를 100곳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 문을 연 자율고는 건학 이념에 따라 교육과정과 교원 인사, 학사관리 등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특히 자율고는 일반 학교와 달리 광역 시·도 단위로 모집하며 내신 상위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만큼 수업료는 일반계고보다 최대 3배까지 받을 수 있다. 교과부는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별로 하나씩 들어설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올해부터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당선 첫 기자회견에서 “자율고를 추가 지정하지 않겠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학생 선발 방식도 대수술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도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을 경우 특목고 지정을 취소하거나 다른 학교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 대신 ‘혁신학교’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올해부터 도입한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학년당 6개 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원칙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일정 부분 자율권을 보장한 학교를 말한다. 곽 당선자와 김 교육감은 임기 동안 혁신학교를 300곳과 200곳씩 지정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자율고와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교육감이 결정하기 때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원학교 등과 비슷하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율고는 일선 학교의 민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교육감이 쉽게 외면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실시되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선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무한경쟁과 줄세우기’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각 학교가 평가 결과를 공시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교육감이 각 학교에 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학교는 교과부 장관 및 시·도 교육청의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계획에 따라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응할 의무가 있다.
모규엽 박지훈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