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친 민심-④ 지방권력 여소야대] 중앙권력에 대한 건전한 견제- 갈등 ‘시험대’
입력 2010-06-06 18:55
6·2 지방선거는 16곳 시·도지사 선거에서 10곳을 야권이 장악했다. 지방권력에 의한 중앙권력 견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또 서울과 경기 강원 충남 경남 등은 ‘여당 단체장에 야당 의회’, ‘야당 단체장에 여당 의회’가 구축돼 지방권력 내부에서도 일당 독주체제를 허물고 견제와 감시가 가능해졌다.
이는 중앙에서의 여야 간 대치를 지방정치에까지 확대시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동시에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타협과 조화 속에 정책을 추진하고, 또 합리적 견제에 나설 경우 지방자치제의 수준이 한 단계 격상될 것이란 기대도 상존한다.
야권이 다수가 된 지방권력으로 인해 당장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등 이명박 정부 핵심 정책들이 난관에 봉착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의 중단 및 수정, 세종시 수정안 철회 등을 위해 이달 중순 광역단체장 협의기구를 발족키로 했다. 세종시가 위치한 충남과 4대강을 끼고 있는 경남·호남지역의 경우 단체장이 조례나 행정조치 등을 통해 사업을 일시 중단 또는 지체시킬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강르네상스나 경기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문제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야당 단체장에 여당 지방의원들이 다수인 강원과 경남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와 시·도지사 간 정책조율을 위한 상설 협의체 발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정무기능을 국회뿐 아니라, 지자체로 대폭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정무부지사나 부시장의 권한을 확대하거나 시·도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직접대화 채널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회 하지원 의원은 6일 “당을 달리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많아진 단체장들로선 이전까지 듣지 못한 얘기까지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적극 소통해야 한다”며 “또 의원들도 지자체 취지인 생활정치에 전력하지 않고 중앙정치에 휩쓸리면 역심판을 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갈등의 원인인 각종 정책추진 과정을 더 정교화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양대 행정학과 김태윤 교수는 “소속 정당의 노선에 따라 모든 정책을 싸잡아서 찬성, 반대하는 풍토를 고치지 않으면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객관적 증거에 기반해 정책을 기안하고 평가해 추진할 수 있는 틀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특히 지방의 정책은 현행 시스템 하에서도 대부분 객관적 분석이 가능한 만큼 중앙 노선을 개입시켜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