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환경 대재앙] 원유 유출 47일째… 칠펠리컨·돌고래 떼죽음, 방제요원 건강 적신호 경고

입력 2010-06-06 19:00


미 언론들은 드디어 원유유출 피해를 아포칼립스(Apocalypse·묵시록), 환경 아마겟돈(Armageddon·최후의 대결)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조류 및 바다 동물들의 떼죽음, 해안과 습지의 오염 등 생태계 위협이 가사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유출 원유는 멕시코만 해안을 넘어 올 여름 대서양쪽 미국 동부 연안까지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의 환경 및 생태계 파괴는 우려가 아니라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사상 최대 피해규모=현재 정확한 유출량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추정만 있을 뿐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6주가 넘는 동안 2000만 갤런(7500만ℓ) 이상이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3900만 갤런(1억4800만ℓ)까지 유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89년 당시까지 최대 원유 유출사고였던 알래스카 연안에서의 엑손 발데스호 사고 때는 1100만 갤런(4200만ℓ)이었다. 2007년 태안 앞바다 유출사고는 330만 갤런이었다.

이번 원유 유출로 지금까지 피해 규모만도 140억 달러(16조8000억원)에 달한다.

엑손 발데스호 사고나 태안 사고는 유조선 내 원유 유출이라는 한정된 양이었지만, 이번 사고는 지금 이 시간에도 원유가 해저에서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몇 번의 실패 끝에 가까스로 지난 4일 해저 원유 유출구에 차단 돔을 설치, 이를 통해 유출 원유를 빨아들이고 있으나, 이는 전체 유출량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BP가 새로운 감압 유정(油井)을 뚫어 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8월까지는 오염 확산이 불가피하다.

◇환경·생태계 파괴=환경 대재앙에 대한 과학적 수치는 지금 당장 계량화되지는 않는다. 조류나 바다거북 등 해양 동물 피해는 해안가에서 사체를 수거한 792마리에 불과하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3개 주의 해안가 중 많은 부분이 오염됐지만 아직은 생태계 피해를 계량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물 피해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사고 초기 때 루이지애나 동물구호센터에 원유 오염으로 들어오는 새들이 하루에 1∼4마리 정도였는데 지난 3일에는 53마리, 4일 오전에만 13마리가 들어왔다.

과학자들은 수만 마리의 새떼가 죽은 엑손 발데스호 사고 때보다 아직 피해 숫자가 적은 이유는 사고 현장이 해안가에서 50마일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름띠가 해안과 습지를 장악하면 그 파괴력은 앞으로 수개월, 수년에 걸쳐 가공할 정도의 위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해안가 및 가까운 내륙 습지의 황폐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며, 그보다 더 큰 해저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오일 제거 작업 등 원유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들이 감기 증상을 보였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현재까지 장기간 원유 노출시 인체 피해에 대한 의학적 보고는 없지만 미 보건당국은 장기적으로 중앙신경시스템이나 혈액 콩팥 간 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름띠 플로리다까지=지난 주말부터 거대한 기름띠는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등 관광휴양 해변까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의 남쪽 해안가에는 이미 원유가 밀려왔고, 이제 동남부 해변을 따라 플로리다주 서쪽 해안도 넘보고 있다.

더욱이 올 여름 발생할 허리케인은 유출된 원유를 멕시코만 바깥쪽으로 밀어 올려 플로리다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동부 해안까지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서양 연안까지 환경 대재앙이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이곳 해안가 휴양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낚시 금지 구역으로 묶였다.

기름띠가 해안과 섬을 뒤덮을 경우 오염으로 인한 동물의 사망과 해양 생태계 파괴를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최대한 방제 작업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루이지애나 해양생물 보호당국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고 하더라도 죽어가는 해양 생물들을 제때 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