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제2 그리스 위기설… 전 정부 재정 수치 조작 폭로 디폴트 우려

입력 2010-06-06 19:24

헝가리가 유럽 재정위기의 ‘쓰나미’에 휩쓸렸다. 새 정부 인사들이 전임 정부의 재정수치 조작을 거론하고 디폴트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게 원인이다. 급기야 제2의 그리스 사태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자 헝가리 정부는 부랴부랴 파장 축소에 나섰다.



미하이 버르거 국무장관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헝가리의)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들은 과장된 것”이라며 “만일 (정부) 동료들이 헝가리 상황을 그리스에 비유했다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는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7일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르거 장관은 그러나 이전 정부가 세운 2010년 예산에는 심각한 거짓말과 수많은 눈속임이 들어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조사한 올 재정적자 전망치는 공개하지는 않았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한국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헝가리의 재정위기는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그리스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디폴트 위기설은 신임 정부 각료 및 정치인들이 최근 전임 정부의 통계 조작설을 제기하고 제2의 그리스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촉발됐다.

지난달 말 출범한 중도우파 피데스(청년민주동맹) 정권은 경제정책 입안을 위해 재정실사조사팀을 꾸렸었다. 실사팀을 이끌었던 버르거 장관은 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30일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재정적자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7.5%로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과도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올해 목표치(GDP의 3.8%) 달성이 순조롭다고 말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이어 코사 레이오스 피데스 부의장은 지난 3일 연설에서 “그리스 상황을 피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새 정부의 우선 목표는 디폴트 우려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우려가 급기야 디폴트 우려로 비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금융시장은 즉각 불안감을 표출했다. 유로는 약세로 돌아섰고,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지난 이틀간 4.8% 급락, 12개월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헝가리 정부의 긴급 진화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헝가리 정부가 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재정적자 전망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에서 활동하는 한 경제전문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신뢰성에 흠집이 났다. 이를 회복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