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환경 대재앙] 마지막 남은 ‘감압 유정 방식’ 유일한 희망

입력 2010-06-06 21:53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현장에선 갖가지 차단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영화감독이 제안한 아이디어에서부터 핵폭탄 사용 가능성까지 제안됐지만, 8월 감압 유정을 설치할 때까진 획기적 방안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지난 4일 멕시코만 원유유출 유정에 차단 돔을 설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원유가 유출되는 손상된 파이프를 잘라낸 뒤 유정에 설치된 분출 방지기에 깔때기 모양의 뚜껑을 덮어 원유를 해상으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톱 캡(Top Cap)’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하루 유출량 1만8000배럴(286만ℓ) 중 3분의 1가량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게 BP 측의 설명이다. AP 등 외신들은 일제히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그만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4월 20일 사고 발생 이후 원유유출을 막기 위해 동원된 방식들은 거의 실패로 결론이 났다.

처음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방식은 ‘오염물질 차단 돔’이다. 4층 건물(높이 12m, 무게 100t) 규모의 상자형 구조물로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철체 파이프 구멍을 막는 방식이다. 그러나 돔 내부와 상부에 얼음 결정체 모양의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생해 실패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BP는 대형 돔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소형 돔을 이용하는 ‘톱 해트(Top Hat)’ 방식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BP는 골프공과 타이어 등 고체 폐기물을 해저의 주요 원유유출 지점에 쏟아 1차로 차단한 뒤 시멘트 등으로 유출 부위를 원천적으로 막는 이른바 ‘정크 샷(junk shot)’도 시도했다. 해저 유정에 있는 폭발방지기에 점토 함량이 높은 액체를 쏟아 부어 유출을 막는 ‘톱 킬(Top Kill)’ 방식마저도 실패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매트 시먼스는 “해저 면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면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는 원유와 물을 빨아들인 뒤 원심력으로 분리하는 대형 진공청소기를 투입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론 감독은 영화 제작에 사용했던 심해로봇 조종 기술 방식을 활용하자고 했었다. BP 측은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유일한 희망은 감압 유정(Relief Well)이다. 사고 유정으로부터 1.6㎞ 떨어진 곳에 추가로 유정을 뚫어 유출 압력을 낮춤으로써 원유 분출을 막는 것이다. 5월 초와 중순 두 차례에 걸쳐 두개의 감압 유정을 뚫고 있고, 8월 말에나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작업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