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2010 대회’ 폐막… 달라진 한국교회 위상 확인
입력 2010-06-06 20:19
한국 목회자 강의·설교… 선교 보고서 작성
21세기 세계선교의 방향성을 모색한 ‘에든버러 2010 대회’가 6일 오후 5시(한국시간 7일 오전 2시) 에든버러 어셈블리 홀에서 폐막됐다. 1910년 에든버러 대회가 이후 100년간 전개된 세계교회 연합운동의 출발점이 됐듯 이번 대회 역시 향후 세계선교 역사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한국교회가 차지한 비중은 컸다.
◇한국교회 약진=10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중국 일본 인도 아프리카 등과 함께 선교 대상국으로 분류돼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가’를 두고 토론을 벌이는 처지에 있었다. 하지만 100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인 목회자는 주요 강의와 마지막 날 설교, 선교 보고서 작성을 맡았다.
특히 아시아 대표로 나선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주요 강의 발제자로 초청돼 21세기 세계선교의 실제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철신 영락교회 목사는 6명의 주일 설교자 중 한명으로 초청됐으며, 안교성 전 몽골 선교사는 19명의 선교 보고서 작성자 가운데 한명으로 참여했다. 340쪽짜리 보고서에선 한국교회가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됐다.
미국침례교연합회 대표로 참석한 알렉스 로이 메들리(62) 목사는 “이영훈 목사가 발표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 동력과 영성은 큰 도전을 줬다”면서 “복음 전파에 그치지 않고 평화와 하나님의 정의, 전인구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파트너십을 갖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커스틴 김 대회 준비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인 목회자가 주제발표와 설교를 맡은 것은 한국교회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교회협의회 선교와전도위원회 금남섭 총무는 “이 목사가 주창한 겸손과 섬김의 선교는 신학적으로 굉장한 깊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소책자를 만들어 한국교회에 배포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진보·보수 함께 방향성 고민=이번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개신교부터 성공회, 정교회, 천주교에 이르기까지 예수를 따르는 전 세계 기독교 단체의 대표 3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와 보수 교회는 한 자리에 모여 1910년 주제였던 ‘비기독교 세계에 복음 전파’ ‘선교지의 교회’ ‘협동과 연합의 증대’ 등 9개 주제에 따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찾는 세미나를 가졌다. 여기에선 서구 중심의 제국주의, 식민지 정책, 세계화, 물질주의에 편승한 교회 모습을 반성하고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대화, 평화, 연합, 바른 신학사상 정립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회에 초대된 홍성욱 안양제일교회 목사는 “1910년 대회가 금세기 안에 복음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낙관이 지배했다면 이번 대회에선 진보와 보수가 하나 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소개했다.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도 “한국에는 세계 최대의 교회와 감리교회, 장로교회가 있을 정도로 큰 저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쉽게도 진보와 보수가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원주의의 거센 도전 속에서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선 진보와 보수가 손잡고 예수님이 보여주신 겸손과 섬김의 눈높이 선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든버러=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