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복잡한 셈법… 정부 “인수자가 매각방식 선택” 방침 금융권 눈치싸움

입력 2010-06-06 18:21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놓고 정부가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고민은 이상과 현실 사이 ‘넓은 틈’에 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을 모두 충족하는 마땅한 매각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6일 정부 관계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이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후보자들이 지배지분 매각, 다른 금융회사와 합병, 지분 분할 매각, 계열사 분리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을 함께 제안하면 이를 검토해 최적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왜 시장에 맡기나=금융당국은 이달 중순 매각 방식과 절차를 발표하고, 주간사 선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때 매각 방식을 특정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시장 선택에 맡기겠다고 나선 것은 그만큼 매각 방식에 따른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러 제안을 받은 뒤 가장 유리한 방안을 내놓은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만약 정부 소유 지분을 일괄 매입하겠다는 제안이 없다면 지분 일부 매입안 가운데 인수가격을 가장 높게 쓴 곳을 우선협상자로 삼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인수 후보로 꼽히는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은 최대한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계열사 분리 매입, 지분 분산 매입 등을 놓고 수읽기를 하고 있다. 매각 당사자인 우리금융은 지분을 분산 매각해 민영화를 이룬 뒤 합병 등을 고려하자고 주장한다.

한편 시장에서는 민영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로 궁지에 몰린 정권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금융회사 민영화는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시나리오별 장단점은…=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안은 지배지분 매각이다. 지배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7%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5%+1주’ 이상이다. 정부는 인수자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취지에 부합한다. 하지만 인수 주체를 찾기 쉽지 않다. 1대 주주가 되려면 4조∼5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금산분리 원칙(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9%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따라 산업자본은 제외된다. 금융회사는 관련법에 따라 지분 100%를 사들이지 않는 한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합병이 유력한 방식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주식교환 방식(인수회사가 새로 주식을 발행해 합병대상 기업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의 경우 인수자금 부담이 적다. 대형은행 탄생이 손쉽게 이뤄진다. 다만 예보가 합병 후 지분율에 따라 주식을 받으면서 합병법인 지분율이 최대 30%에 이른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적자금 회수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계열사 분리 매각안과 지분 분할 매각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힘을 얻고 있다. 계열사 분리 매각은 우리금융이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쪼개서 매각하는 방식이다. 경남·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을 미리 팔아 몸집을 줄인 뒤 우리은행을 매각하면 다른 금융회사가 인수하기 쉬워진다. 대신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 방침과는 어긋난다.

지분 분할 매각안은 포스코 민영화처럼 우리금융 지분을 잘게 쪼개 여러 투자자에게 파는 것이다. 절차나 방식이 간편하고 조기에 민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 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대할 수 없다. 대형은행 설립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