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경 대재앙 시작됐다… 원유 유출 47일째, 계속 콸콸
입력 2010-06-06 18:48
“돌고래 입에서는 원유만 나올 뿐이었어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 퀸 베스(Queen Bess) 섬. 멕시코 만에 있는 일명 ‘새들의 집’이라 불리는 이곳 해안에서는 지난달 말 온 몸에 검은 원유를 뒤집어쓴 채 죽어 있는 돌고래가 발견됐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방제 작업 등을 도와주는 계약직 직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이렇게 말했다.
그가 본 것은 또 있다. 물에 떠 있는 원유에 날개가 파묻혀 움직이지 못하는 펠리컨, 시커먼 원유를 뒤집어쓰고 죽어 있는 바다거북 세 마리…. 해안 습지는 거무튀튀하게 변해 있었다.
환경 대재앙이 시작됐다. 6일로 원유 유출 사고가 난 지 꼭 47일째다. BP가 지난 4일 가까스로 해저 원유 유출구에 차단 돔을 설치해 일부 유출을 막았지만 시커먼 ‘재앙’은 아직도 해저에서 콸콸 솟고 있다.
퀸 베스 섬에서만 41마리의 펠리컨 등 원유에 오염된 조류 60마리가 구조 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주 등 멕시코 만과 접한 미국 남부 주의 해안에서는 해양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연방 당국은 현재까지 원유에 오염돼 죽은 조류, 바다거북, 돌고래 등의 사체가 792마리라고 밝혔다.
더 무서운 재앙은 바닷속에 떠도는 거대한 원유덩어리들이 장기적으로 해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 환경과학 전문가 리치 앰브로스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오염된 조류 등을 걱정하지만 바닷속 생물체에 대한 악영향이 훨씬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