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게임업체 넥슨 서민 대표] 자체 개발 온라인게임 세계시장서 쑥쑥
입력 2010-06-06 20:00
옛말에 ‘단순히 아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이 최고(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고 했다. 넥슨이 국내 최대이자 세계 수준의 게임업체로 성장한 이유는 그 구성원이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선두엔 서민(39) 대표가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서 대표는 창업주 후배라는 인연으로 대학원 시절부터 게임 개발에 관여했고 졸업 직후 본격 합류한 창업멤버다. 지난해 3월부터 넥슨 공동대표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4일 서울 역삼동 넥슨 회의실에서 만난 서 대표는 “개발자였던 사람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 예전에 못했던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면서도 “경영자라 하기엔 아직 민망한 수준”이라며 겸손해했다.
그가 대표를 맡은 후 넥슨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2008년 4509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 7036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게임업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덩치도 키웠다. 올해 게임하이와 엔도어즈 등 중견 게임업체를 인수한 것. 일각에선 넥슨의 자체 개발력이 부족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서 대표는 “최근 인수가 부각되면서 개발은 쉬어가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며 “그동안 쌓아놨던 결실이 비슷한 시기에 맺게 돼 그런 것뿐”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넥슨의 힘은 M&A 실력이 아닌 혁신과 창의에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2월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혁신기업 순위에서 넥슨은 게임부문 5위를 차지했다. 그는 혁신, 창의를 바탕으로 한 개발력에도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최초의 온라인 게임을 만들 때, 모든 것이 최초고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결국 우리끼리 몇날 며칠 밤을 새며 고민하고….”
서 대표는 긴 고민 끝에 문제가 해결되고 일이 진행될 때의 기쁨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와 캐주얼 게임의 장을 활짝 연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도 이런 노력 끝에 나왔다.
그는 최고경영자로서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덩치의 기업이 된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초기의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지금 구성원들한테 옛날처럼 라면 끓여먹으면서 다독일 수는 없지 않겠어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즐거움, 바꿔 생각하는 습관과 문화를 공유하려고 노력해요.”
넥슨 구성원들은 실험실이라 부르는 인큐베이터 제도를 통해 현업과 상관없이 무엇이든 제안하고 실험하고 그러다 가능성이 보이면 프로젝트화해서 키울 수 있다. 넥슨에선 신입사원도 아이디어를 내고 팀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넥슨엔 부과된 사회적 책임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 넥슨이 개발한 게임은 ‘청소년 심야게임 접속차단’의 우선 적용 대상이다. 서 대표는 “산업이 커지면 당연히 책임도 커지고 자정역할도 강해져야 한다”며 “책임을 절대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저도 다섯살, 네살배기 두 딸의 아버지예요. 너무 과하게 게임해서 아이들한테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되겠죠.”
다만 어떤 사회문제가 터졌을 때 게임이 조금이라도 연관돼 있다면 일단 게임 탓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 대해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 운전하고 풍선 쏘고 하는 게임들이 도대체 어떤 악영향을 끼치나 싶어요. 비판은 달게 받겠지만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주면 더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 대표는 PC를 넘어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넥슨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닌텐도와 협력해서 내놓은 ‘메이플스토리DS’는 35일 만에 국내에서 10만장을 팔아치우며 최단기간 10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 터치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PC에 어울리는 게임 개발도 구상 중이다.
“아이패드를 미리 써 봤는데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디바이스란 느낌이에요.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를 개발하기 위해 지금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죠.” 혁신을 논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그의 얼굴은 열정으로 빛났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