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靑 “내각, 책임질 잘못없다”

입력 2010-06-06 22:08

청와대가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터져 나온 당·정·청 인적 쇄신론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에 이어 정운찬 국무총리까지 사의를 표했던 지난주 흐름과는 다른 기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 결과에 너무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다”며 청와대 개편과 개각은 7·28 국회의원 재·보선 이후에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패배=인적 쇄신’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에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반론의 근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청와대와 정부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질 이유가 있느냐는 인식, 국정운영의 일관성 등이다.

이 관계자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8.1%로 7년 만에 최고이며, 안보 문제도 내각이 크게 잘못한 것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도 2006년 지방선거에 참패했지만, 문책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개각은 정부 정책이 잘못되면 이뤄지는 것인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은 경제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안보팀은 천안함 사태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논리다. 정 총리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직접 정 총리를 불러 “흔들리지 말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해 달라”고 정리했다.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역시 국면전환용 개각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을 쓸 때는 오랜 시간 장고하고, 한번 쓰면 잘 바꾸지 않는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이달 중 인적 쇄신 등의 전망은 잘못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변화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4대강과 세종시 문제를 분리 대응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국회에서 타협안을 찾아 해결하는 대신 4대강은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7월 말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는 정면돌파’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필요하다’는 속내가 더 강해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에 대해서는 참모들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명확하게 결심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청와대 다른 고위 관계자는 “당·정·청 개편은 하나의 틀 속에서 집권 후반기 정책 프레임을 짜는 문제”라며 “이 대통령은 아직 고민하고 있으며, 결단 시점을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