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인터넷 연재의 명암
입력 2010-06-06 19:52
인터넷 공간에 둥지를 트는 작가들이 늘었다. 장르는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관심을 끄는 분야는 독자층이 많은 장편소설이다. 2007년 박범신이 네이버 블로그에 ‘촐라체’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을 열어 제친 후 작가들이 속속 인터넷 상에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우리 문학을 주도하는 스타 작가까지 포함해 참여층도 다양하다. 이제 인터넷 공간은 문학의 서자 취급을 받았던 판타지류 소설이나 인터넷 작가들만의 근거지가 아니다. 기성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부화시키는 또 다른 통로로 인터넷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포털사이트나 인터넷 서점이 주축이었던 연재 공간도 다양해졌다. 문학동네가 네이버에 출판사 커뮤니티를, 웅진출판이 문학웹진(인터넷문예지) ‘뿔’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소설가 황석영과 문학평론가 도정일이 공동 편집인을 맡고 7개 출판사가 참여하는 문화웹진 ‘나비’가 문을 열었다. 올해도 문학과지성사가 웹진 ‘문지’를, 창비가 문학블로그 ‘창문’을 오픈하는 등 공간은 확대일로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과 ‘강남夢’,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김훈의 ‘공무도하’, 공지영의 ‘도가니’,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박범신의 ‘살인 당나귀’(단행본 ‘은교’) 등이 이런 공간을 통해 첫선을 보이며 인터넷 연재의 인기를 이끈 장편들이다. 은희경이 문학동네 네이버에 ‘소년을 위로해줘’를, 공선옥이 ‘뿔’에 ‘영란’을, 천운영이 ‘창문’에 ‘생강’을 연재하는 등 지금도 수십 명의 작가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단행본 출간을 전제로 한 인터넷 공간의 활용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작가들에게는 연재 기회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창작의 확대로 이어진다. 연재 기간 동안 입소문을 통해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20∼30대를 문학 독자층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댓글 등 독자들의 반응을 의식하다 보면 작가의 당초 구상이 흔들리면서 독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그저 잘 읽히는 소설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독자와 출판사 등을 의식한 창작은 문학의 지나친 상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연재의 특성 상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여건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기존 문예지 연재나 단편소설의 위축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새 트렌드로 자리잡은 인터넷 연재는 우리 문학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라동철 차장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