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2차 발사 D-2] 까다로운 발사 조건… 지구 주위 우주물체와 충돌 피해야

입력 2010-06-06 18:37

우주 발사체는 ‘하늘이 허락한’ 특정한 시간대에만 발사가 가능하다. ‘하늘 문(Launch Window)이 열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이 발사 가능 시간대는 사실 위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발사체가 싣고 가는 인공위성은 태양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기 때문에 궤도에 진입한 뒤 탑재하고 있는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정면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위성이 궤도에 올라간 뒤 지구 그림자에 가리거나 밤이 되어 버리면 낭패다. 자체 배터리가 있기는 하지만 장시간 태양광을 받지 못하면 위성은 ‘우주 미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일식률(위성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 태양 에너지를 받지 못하는 상태)이 25% 이하 조건만 만족되면 위성의 초기 운용에 필요한 전력 여유를 갖도록 설계돼 있다.

6월경에는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이 오전, 오후 두 차례 있다. 오전에 발사할 경우 발사 8시간 전부터 연구원들이 밤샘 작업을 하며 발사를 준비해야 한다. 연구원들의 피로를 줄이고 실수를 막으려면 오후 발사가 유리하다. 단, 발사 가능 시간이 약 2시간으로 짧다. 2차 발사 시간이 오후 4시30분에서 6시40분 사이로 결정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상 조건도 중요하다. 발사대를 기준으로 반경 20㎞ 내에 번개가 없어야 한다. 비행 중인 발사체가 낙뢰를 맞으면 전자 기기들이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영향도 크다. 땅 위와 고공에 부는 바람 모두를 관측해 그날의 발사 여부를 결정한다. 평균 지상 풍속이 초속 15m 이상, 순간 풍속 초속 21m 이상이면 발사가 곤란하다. 바람에 발사체가 흔들리고 자세를 제대로 잡기 어려워 예측 불가능의 상황이 올 수 있다. 지상 30㎞ 고도에서는 풍속이 초속 100m 이하여야 한다.

우주 물체와의 ‘근접 회피(COLA:Collision Avoidence)’ 분석도 발사 시간 결정에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현재까지 6000개가 넘는 위성이 발사되는 등 지구 주위에 존재하는 우주 물체는 계속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주 물체 간 충돌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미국 합동우주작전사령부(JSpOC)는 직경 10㎝ 이상의 모든 우주 물체를 계속 추적하고 있으며 약 1만2000개의 우주 물체에 대한 궤도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궤도상 주어진 기준 거리 이내로 우주 물체가 근접 비행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충돌을 피하도록 발사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