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치 빅뱅-(1)인천 野시장 탄생 수도권 정책 변화바람] 경제수도 건설·매립지 싸고 수도권 갈등 증폭

입력 2010-06-06 21:56


6·2 지방선거 결과 새로운 지역 정치구도가 탄생했다. 여당 광역단체장 일색이었던 수도권 가운데 인천에 야당 단체장이 선출됐다. 충청 지역 3개 시도지사는 야당이 석권했고, 강원 경남 제주에도 무소속과 여당이 집권했다. 여당이 장악한 시도의 경우도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는 야당이 점령하는 ‘신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등장했다. 새로운 구도는 기본적으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어떤 이슈가 각 지역에 부상하고, 그 정치적 해법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송영길(47) 인천시장 당선자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정책 구상에 따라 한나라당 단체장이 당선된 서울, 경기도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이 어떻게 조율돼 나갈 것인가는 6·2 지방선거 결과 형성된 새로운 지방정치 역학 구도가 제대로 기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아울러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일컬어지는 오세훈 서울시장, 송 인천시장 당선자, 김문수 경기지사의 정치력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송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아파트 건설 중심의 인천경제자유구역 건설계획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경제자유구역을 인천 경제의 지렛대로 삼아 ‘경제수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6일에도 “서울 경기도와 겨뤄 이길 수 있는 인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경제수도’ 구상은 주요 기업 핵심 사무소가 밀집된 서울과의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 역시 세계와 경쟁하는 경기도를 역설하고 있어 자본의 흐름과 관련한 경제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수도권 3개 광역단체의 갈등이 예상된다.

송 당선자는 또 경인 아라뱃길에 대해서도 개발계획에 대한 입장을 바꿀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뱃길은 한강과 서해를 잇는 주요 항로로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송 당선자의 4대강 정비사업 관련 정책이 안상수 시장 재임 때와는 상당히 다른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한강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충돌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송 당선자는 개발보다는 환경보존, 수익보다는 공공복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각종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는 안 시장이 추진해온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을 백지화하고 생태공원을 정비해 인천의 허파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적인 요건을 갖춰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건설사 측과 행정소송까지 가는 분쟁이 예상된다.

또 2014 아시아경기대회의 주요 경기시설을 추진 중인 수도권 매립지 부지 가운데 아라뱃길에 편입돼 발생한 보상금 1000억원의 처리 문제도 주목할 부분이다. 서울시는 이 보상금이 서울시 몫이라며 시 재정에 흡수한다는 입장인 반면, 인천시는 매립지에 재투자해야 경기장 시설을 제대로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 주민들은 서울시가 이 보상금을 가져갈 경우 서울시와 경기도의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강 부근에 쓰레기 적환장을 만들어 경인 아라뱃길을 쓰레기 수송로로 사용하는 사업도 문젯거리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이 계획에 인천시가 반대할 경우 3개 수도권 광역단체 간에는 엄청난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처럼 송 당선자가 칼자루를 쥐고 서울과 경기도에 커다란 파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 많지만, 반대로 서울과 경기도 때문에 그의 ‘세계 3대 경제자유구역’이나 ‘경제수도 인천’ 구상이 큰 장애를 겪을 소지도 많다.

송 당선자는 안 시장 재임기간 동안의 각종 정책에 대해 잘한 건 계승하고 잘못된 건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송도국제도시내의 151층 랜드마크 시티 건설 사업은 중단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복 개발과 과잉공급에 대한 후유증 최소화를 위해 사업계획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랜드마크 빌딩 건설 수주사인 미국 포트만그룹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국제적으로 파문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 당선자는 공약으로 밝힌 7조원 규모의 부채 문제 해결과 꼴찌 교육 탈피를 위한 교육재정 1조원을 확보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영종도 미개발지 1768만9000㎡에 대한 개발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다. 송 당선자는 이밖에 대신 인천대교 통행료 전면 무료화를 검토하고 10년 이상 개발이 지지부진한 용유·무의 관광단지도 투명하게 재검토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정부가 구상중인 경제자유구역 관리 특별자치단체 도입에 찬성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안상수 전임 시장이 추진해 논란을 빚었던 자전거도로를 택시기사들과 운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비해 소통행정의 모범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