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릴 때 ‘뚝’ 소리, 방치하면 큰일나요
입력 2010-06-06 17:45
우리는 흔히 관절 질환이라고 하면 나이가 들어 걸리는 병, 그리고 무릎이나 엉덩이, 손목, 어깨, 팔꿈치 등에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 생각지도 못한 부위의 관절이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턱관절(측두하악관절) 기능장애다. 이 질환은 특히 다른 퇴행성 척추 및 팔·다리 관절 질환과 달리 젊은 층, 그것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치아의 날(9일)을 맞아 평소 소홀히 여기기 쉬운 턱관절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안면비대칭이 주원인=턱관절은 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과 아래턱(하악골)을 이어주는 관절로, 음식을 씹고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턱관절 기능 장애라고 하면 턱관절에 문제가 생겨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를 가리킨다.
턱관절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이를 갈거나 악무는 등의 잘못된 습관을 유발, 턱관절 근육을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중앙대병원 치과 최영준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습관적으로 이를 갈거나 이를 악물고, 턱을 괴곤 해 턱관절 기능 장애를 자초하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많다”고 지적했다.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등의 서구식 식생활도 턱관절 기능 장애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이런 식품을 자주 먹으면 턱뼈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턱관절 기능 장애에 걸리기 쉽다.
또 가임기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때 주의해야 한다. 임신을 하면 관절을 이완시켜 출산을 유도하는 ‘릴랙신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이 호르몬이 턱관절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산 과정에서 과도하게 치아를 악문 탓으로 턱관절 기능 장애가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최 교수는 “안면비대칭 증상의 소유자들도 턱관절 기능 장애를 겪기 쉽다”며 “입 부위를 중심으로 아래턱뼈의 길이가 서로 다른 안면비대칭이 있을 경우 자기도 모르게 한 쪽 관절에 무리를 줘 턱관절 기능 장애를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생활습관만 고쳐도 절반은 치료=턱관절 기능 장애의 대표적인 위험신호는 소리(턱관절 잡음)와 개구제한(입을 벌리는 것이 어려워지는 현상), 그리고 턱관절 통증이다.
우선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귀 주위나 턱관절 부위에서 ‘딱딱’ 소리가 들린다. 하품을 하거나 입을 크게 벌릴 때, 또는 단단한 음식을 씹거나 깨물 때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서 좀 더 진행하면 입을 벌리지 못해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을 수도 없게 된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평소 딱딱하거나 질기고 큰 음식 먹기를 삼가는 식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물론 의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려 턱관절에 무리를 주는 행위나 하품을 크게 하는 버릇도 버려야 한다.
치아가 빠졌을 때도 방치하면 안 된다. 빠진 치아를 방치하면 교합 불균형이 오는데, 이 역시 턱관절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구강외과 이덕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턱관절 부위가 약간 아프거나 그 주변이 자주 뻐근한 정도의 가벼운 증상일 때는 온수 찜질 등으로 턱관절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만으로 대부분 회복되지만 음식을 씹을 때 귀 앞 부위가 몹시 아프거나 입을 2㎝ 이상 벌릴 수 없을 때는 치과병원을 찾아 턱관절세정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