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조사단 400쪽짜리 보고서 첨부 15개이사국 회의 소집해 비공개 논의

입력 2010-06-04 22:06

박인국 주 유엔대표부 대사가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 헬러 멕시코 주 유엔대표부 대사에게 안보리 회부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면서 천안함 사태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가 전달한 서한에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이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명백히 드러났으며, 북한의 무력공격이 국제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엄중하게 대응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방부 민·관 합동조사단의 400쪽짜리 보고서의 영문 요약본도 서한과 함께 제출됐다. 정부는 또 민·군 합조단 조사과정 전반에 참여했던 인사를 뉴욕으로 보내 안보리 이사국 설득에 동원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서한 제출이 ‘유엔 회원국은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사태에 관해서도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는 유엔헌장 35조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서한이 접수되면 안보리 의장은 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15개 안보리 이사국들은 비공개로 이뤄지는 비공식회의를 통해 천안함 사태를 논의하게 된다. 비공식회의는 연중 상설 운영되며 모든 의제를 사전 논의하거나 합의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비공개 회의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공식 회의에서 채택되는 과정을 거친다. 한국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므로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어 장외 외교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보리의 결론 도출 시기는 6월 중·하순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이 기간 집중적으로 외교전을 펼칠 계획이어서 현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유엔 안보리 회부를 앞두고 주요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31일부터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했던 천영우 외교부 2차관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지난 3일 출국했던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4일 귀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우방국은 물론이고 여타 안보리 이사국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입장을 타진하기 위해 다각도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유엔의 움직임이 다기(多岐)해 섣불리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