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위기 교훈… 재정건정성 국제공조 합의 G20 재무장관 회의 개막
입력 2010-06-05 00:37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4일 부산에서 개막됐다. 당초 예상대로 코뮈니케(성명서)에는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재정건전성 강화에 대해 G20의 일치된 의견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정국가의 반발에 부딪힌 은행세 도입과 글로벌 불균형 해소방안 등은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릐재정건전성 국제공조만 ‘OK’=관례상 G20 장관급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돼 마지막 날인 5일 코뮈니케 형식으로 합의문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코뮈니케에 담길 내용에 대한 갖가지 관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이견이 없는 이슈는 재정건전성 확보와 이를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세계경제 현안’을 주제로 열린 첫번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글로벌 경제가 유럽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재정건전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각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수장들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세계경제 현황에 대해 보고받고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재무장관 회의의 연장선상에서 국가마다 다른 회복 속도를 감안,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일 논의될 예정인 다른 의제에 대해서는 각국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높은 수준의 합의문 작성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세 등 금융권 분담방안에 대해선 캐나다와 호주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국제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등도 앞으로 좀 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한 논의도 시작단계라 눈에 띄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윤 장관은 미국, 영국, 캐나다 재무장관 및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잇달아 만나 이 의제에 대해 협조를 당부했고 그 결과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릐세계 주요 인사 발언들=본 회의에 앞서 우리나라가 올해 11월 서울 정상회의 어젠다의 하나로 내세운 ‘개발’을 주제로 열린 ‘위기이후 성장과 개발에 대한 고위급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을 향한 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금리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 시기가 주를 이뤘다.
이종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기 때 취한 조치를 정상화하되 시그널(신호)을 주고 차근차근 해야 한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에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주문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를 심각하게 본다”면서도 “재정위기가 다른 유로 존으로 파급되거나 한국의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저스틴 린 세계은행(WB) 부총재는 “출구전략은 좀 이르다”면서 “유럽과 미국의 회복이 완전치 않기 때문”이라며 금리인상 시기상조론에 힘을 실었다.
최빈국에서 원조국으로 성장한 한국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콩조 이윌라 세계은행 사무총장은 “한국의 개발 경험이 저소득 국가에 큰 교훈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성공적인 개발 요인을 수출중심 산업 육성과 개방경제, 막대한 투자 등 3가지로 요약했다. 트레버 마뉴엘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기획위원회 장관은 “한국의 개발 교훈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 저소득 국가는 이 같은 경험을 배워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세계 경제 임밸런스(불균형) 문제와 지속 성장에 대한 G20 차원의 논의 및 집행기구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창용 G20준비위 기획조정단장은 “G20 회원국 정상들이 정책 방향을 잡으면 G20의 위임으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