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음성통화 공짜에스마트폰 등장으로 데이터매출 한계… 위기의 이동통신사들
입력 2010-06-04 18:31
이동통신사들이 위기다. 가입자 간 통화가 무료인 스카이프 인터넷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면서 그동안 주요 수익원이던 휴대전화 음성통화 매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전화업체 스카이프가 지난 1일 어디서든 3G 이동통신망에서 인터넷전화를 할 수 있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스카이프2.0’을 내놓으면서 통신사들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통신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스카이프 확산이 음성통화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스카이프 가입자가 유선전화 또는 스카이프 비가입자나 국제전화에 전화할 때는 5분의 1, 10분의 1 수준으로 싸다. 스카이프 가입자 간에는 사실상 ‘공짜’로 통화를 할 수 있다. 데이터통화료가 발생하긴 하지만 대부분 사용자들이 할당된 데이터를 다 소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 부담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들 대다수는 정액 요금제를 쓰고 있어 실제 얻을 수 있는 데이터통화료 수익도 별로 없다. 예를 들어 KT의 4만5000원짜리 ‘i-라이트 요금제’는 데이터 500메가바이트(MB)까지 제공하는데 KT 자체 조사 결과 사용자들은 매달 200MB 정도를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음성통화로 전환해 쓴다고 가정하면 매달 최대 400분 정도 통화를 더 할 수 있게 되는 것. 현재 휴대전화 요금이 1초에 1.8원이므로 4만3200원에 해당하는 시간만큼 통화를 더 할 수 있다.
현재 아이폰 3G 모델에선 스카이프로 통화를 하려면 다른 작업을 중지하고 스카이프를 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아이폰 4G가 이달 출시되면 이마저도 사라진다. 통신사로선 스카이프 가입자가 대폭 늘어 가입자 간 공짜 통화가 확대될수록 음성통화를 통한 매출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스카이프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아이폰을 국내에 독점 유통하는 KT는 지금은 허용하고 있지만 조만간 스카이프 이용을 제한할 방침이다. 현재 무선인터넷 외에 일반 통화도 3G망을 통해 이뤄지는데 스카이프 가입자가 늘면서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급격히 늘 경우 망 과부하로 인해 일반 통화도, 무선인터넷도 원활하게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T 관계자는 “미국의 AT&T도 월 30달러에 3G망을 통한 무제한 인터넷을 쓰도록 했지만 3%에 불과한 아이폰 사용자가 망의 40%를 차지, 결국 다른 사용자들의 불만과 망 효율성 문제가 겹치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결론이 뻔한 길을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 통화당 평균 시간인 100초를 기준으로 통화 빈도가 가장 많은 휴대전화에 통화한다고 했을 때 일반 휴대전화는 180원, 스카이프는 접속료를 포함해 175원”이라며 “망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업체가 5원 싸게 한 것을 싸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카이프만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점이 통신사들로선 더 골치 아픈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선 ‘통신망을 이용한 부가서비스에 대해 통신사업자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망중립성 원칙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논의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 출범할 제4통신사업자(MVNO)들이 스카이프 같은 모바일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본격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기존 통신사의 수익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