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의 진보교육감 시대] 2회 : 교사 징계와 교원평가제 마찰음 예고
입력 2010-06-04 18:29
전교조 교사 징계 싸고 교과부와 정면충돌 가능성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치러진 6·2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사 징계와 교원평가제가 중요한 이슈였다. 특히 전교조 소속 교사 징계는 당장 이달부터 각 시·도 교육청별로 절차를 밟기 때문에 징계를 관철하려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 간 첫 힘겨루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전교조 교사 징계는 지난달 교과부가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교사 134명을 파면·해임할 것을 각 시·도 교육청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각 시·도 교육청의 감사담당관은 지난달 12일 검찰을 통해 해당 교사들의 기소를 통보받았기 때문에 해당 교사들의 소명을 들은 후 이달 12일까지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징계위가 열리면 60일 이내에 의결하는데, 최종 결정은 교육감이 한다. 즉 교과부가 교사 파면·해임을 요구하더라도 징계 결정 권한은 교육감이 가지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은 교사 징계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교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현행법에 대해서는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새 교육감 임기가 다음달 1일부터지만 벌써부터 진보 성향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된 시·도 교육청은 당선자를 의식해 징계 의결 절차를 미루는 분위기다. 해직교사 출신이자 진보 성향인 민병희 후보가 당선된 강원도교육청의 감사 담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교조 교사들이 정당 활동을 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징계의결이 새로운 교육감이 오기 전까지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의 한 감사담당관은 “새 교육감이 오기 전에 징계할지는 미정이다.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 징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교육청은 교과부와 큰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초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소속 교사의 징계를 거부했다. 이에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직무이행명령을 내렸지만 김 교육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교과부는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과부가 시행 중인 교원평가제도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현행 교원평가는 동료교원 평가와 학생·학부모 전체가 참여하는 만족도 조사로 이뤄진다. 공개수업도 연 4회 실시되며 평가가 낮은 교원은 직무 집중연수를 받도록 돼 있다. 교원평가를 보수·인사에 반영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교과부는 올해 3월부터 교원평가가 전면 시행되고 있는 만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이달 하순부터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일선 학교에서 실시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원평가제가 교육감이 제정하는 시·도 교육규칙으로 시행되고 있어 교육감이 마음만 먹으면 제도 자체를 아예 없앨 수도 있다. 곽 당선자와 김 교육감은 교원평가의 보수·인사 연계와 공개수업 등에 반대하고 있다. 곽 당선자는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들끼리 서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가칭)학교 교과협의회를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된 교원평가제 법안인 초중등교육법이 통과되는 대로 빨리 시행령을 만들어 교원평가제 운영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모규엽 박지훈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