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與 잘못인한 반작용… 착각하지 말자”
입력 2010-06-04 18:28
민주당 내에서 6·2 지방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럴 때일수록 몸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이 잘해서 선거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4일 “이겼다고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며 “무거운 책임의식을 갖고 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을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건방 떨면 어떻게 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정장선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여권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던 민심이 기다렸다는 듯 일거에 불만을 분출한 것”이라며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해서 된 것처럼 착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4대강과 세종시, 안보, 경제 등 각 분야의 민감한 현안은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영식 전략기획본부장은 “민심이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어서 민주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2012년 총선, 대선에서 가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야권 통합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 대표도 “통합이 최선이고, 연대는 차선, 분열은 최악”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등은 4일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에 이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잇따라 찾아 야권 연대를 다짐했다. 정 대표는 “야권이 연대하고 단결하면 국민이 도와줄 것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국민이 도와주셨다”며 “선거에 이겼다고 흩어지는 연대가 아니고 계속 이길 수 있는 연대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국민참여당과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참여당과) 통합하고 합당하는 것이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통합 움직임을 가시화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참여당에서도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오히려 일각에선 민주당과 참여당의 통합보다 진보 성향 군소정당의 통합이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던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경우 위기의식이 커져 통합론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단계적 통합론도 제기된다. 진보 성향 군소 정당이 먼저 뭉친 후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집권 가능성이 큰 정당을 중심으로 뭉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야권 통합 논의 이전에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야권 연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야권 단일화를 통해 이긴 지역에서 지방정부를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 나가는 과정이 먼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