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기름띠 美동부 해안 위협할 수도… 격노한 오바마 “BP, 6900만달러 물어내라”
입력 2010-06-04 18:19
미국 멕시코만에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에 미국 정부가 6900만 달러(830억원)를 청구했다고 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 금액은 미 연방정부의 방제 비용이다. 백악관은 BP가 다음달 1일까지 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날 CNN방송의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해 비용 청구는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라며 “BP가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BP는 사고 직후 모든 방제 비용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송에서 BP를 향해 이례적으로 강렬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내가 지금의 이 상황에 분노하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지도 않았다는 증거 때문”이라며 “(BP는) 앞으로 몇 해 동안 이 지역 전체와 모든 생활방식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질타했다.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름 유출량은 미 정부의 경우 약 8000만ℓ, 정부와 민간 합동조사단은 약 1억3000만ℓ로 추정하고 있다. 방제작업 중인 국경수비대는 앨라배마주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앨라배마주의 유명 관광지인 화이트샌드 해수욕장 방어를 포기하고 습지 보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국경수비대는 “해안가는 오염 회복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습지 생태계 보존이 더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는 기름띠가 향후 몇 개월 내에 멕시코만의 남부 플로리다 연안을 넘어 동부 대서양 해안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NCAR의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 해저에서 유출된 기름이 순환해류를 타고 대서양 해안으로 번져 노스캐롤라이나주 해터러스곶까지 거슬러 올라갔다는 것이다.
BP가 원유유출을 막는 차단돔 설치를 위해 유정에 남아 있는 파이프를 절단하면서 원유 유출량이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이프 절단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호주, 인도네시아, 괌 순방 계획을 취소하고 4일 멕시코만을 세 번째 방문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