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간 나오토 총리 시대] 간 총리 “오자와, 조용히 지내라”… 당무·각의 배제 방침
입력 2010-06-04 18:18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은 국민의 불신을 받는 만큼 당분간 조용히 지내는 게 본인과 민주당, 일본의 정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지난 2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애당초 원고에 없던 표현이었다. 오자와를 추종하는 세력은 물론 반대하는 세력도 놀라게 했다.
이 한마디는 사실상 민주당의 상왕인 오자와의 서슬에 눌려 있던 인사들이 간 총리에게 손을 내미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반(反)오자와 그룹의 선봉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국가전략상,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성 부대신 등이 즉각 지지를 선언했다.
간 총리의 기습 공격에 허를 찔린 친(親)오자와 그룹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중의원 환경위원장 지원을 검토했으나 이내 ‘자율투표’라는 형식을 빌려 포기했다. 간 총리를 옹립하려는 당내 기류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임을 절감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간 총리가 더블스코어 이상의 표 차이로 압승했지만 150여명에 달하는 오자와 칠드런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힘은 막강했다. 비록 20여표는 간 총리 쪽으로 넘어갔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다루토코가 무려 129표를 얻은 것이다.
간 총리는 일단 오자와를 당료나 각료에 임명하지 않을 방침이다. 친(親)오자와 인사들도 요직을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오자와를 완전히 내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거의 귀재인 오자와의 도움이 없이 참의원 선거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민주당이 전원 야구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자와 진영의 협조를 요청한 셈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일단 사안별로 간 총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대표로서 간 총리의 잔여 임기는 9월에 끝난다. 오자와 측으로선 굴욕스럽더라도 3개월 정도만 참으면 다시 치러질 대표 경선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간 총리와 오자와의 ‘위험한 동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이동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