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간 나오토 총리 시대] “美-日 동맹강화” U턴… 경제정책 수술대 올릴 듯

입력 2010-06-04 18:18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재무상이 손쉽게 제94대 일본 총리직에 오르게 된 것은 민주당 내에 무섭게 불어닥친 ‘반(反)오자와 바람’ 덕분이었다.

간 총리는 민주당 당사에서 4일 오전 열린 당 대표 경선에서 경쟁 상대였던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중의원 환경위원장을 2배 이상의 압도적 표차로 따돌렸다. 민주당 소속 중·참의원 423명 중 절반을 넘는 291표를 획득했다. 다루토코는 129표에 그쳤다. 득표수를 따져보면 150여명에 달하는 오자와 칠드런(children) 중 20여명이 간 총리를 지지한 셈이다.

◇민주당 회생이 급선무=간 신임총리에게는 ‘민주당을 재생시키라’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당장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지난 8개월간 하토야마 내각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민주당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70%대에서 10%대로 수직 낙하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민들이 간 총리 체제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 민주당 지지율이 29%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동반사퇴는 ‘정치와 돈’의 검은 고리를 끊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향후 간 총리 체제가 변화한 모습을 국민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기사회생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외교 등 과제 산적=하토야마 정권이 남겨놓은 경제·외교 정책의 실패라는 버거운 부채도 청산해야 한다. 일본의 올 연말 국가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달하는 970조엔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악화된 상태다. 당장 소비세 인상 추진이 불가피하다. 하토야마 정부가 펼쳤던 선심정책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욕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지난해 8·30 총선 당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던 자녀수당 지급 등 복지정책은 그대로 유지할 게 확실시된다. 조정이 돼도 큰 틀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두고두고 정권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성패는 오키나와현 주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잘 달래느냐에 달렸다. 이 사안은 꼬일 대로 꼬였던 미·일 관계 정상화와도 긴밀히 연계돼 있다. 간 정권은 우선 하토야마가 주창했던 ‘지위협정 개정을 통한 대등한 일·미 외교’의 간판부터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천안함 사건으로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점이어서 자연스레 미국과의 기존 신뢰관계를 다지면서 한국과의 유대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토야마 내각이 정성을 쏟았던 중국과의 관계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새 정권의 전망=집권 민주당의 제2기를 책임질 간 총리는 “정치와 돈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집권 초기부터 최우선적으로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정책화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 셈이다. 이 부분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하토야마 정권에서 이월된 정치, 경제, 외교 등 각 부문에 걸친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판단케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오는 9월 민주당 대표로서의 잔여 임기가 만료된 후 대표로 재선출된다면 장기 집권도 가능해진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