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외교전 본격화] ‘열쇠’ 쥔 中 여전히 모호… 대북 결의안 쉽지않아

입력 2010-06-04 21:38

안보리 논의 어떻게 될까

정부가 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공식 요구함에 따라 다음주부터 안보리가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을 포함한 15개 이사국은 공식·비공식 논의를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요구 수준을 조절하게 된다.

릐이사국들 분위기는=10개 비상임이사국은 일본을 비롯해 유럽의 오스트리아·터키·보스니아, 중동의 레바논,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우간다·가봉, 중남미의 멕시코·브라질이다. 일본 외엔 이번 사안과 그다지 밀접한 관련이 없는 나라들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신뢰하고 있고, 북한을 규탄하는 분위기다. 러시아가 다소 미온적이고, 중국이 북한을 제재하는 데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번 안보리 논의가 상임이사국 미국·영국·프랑스 대(對) 중국·러시아 구도로 최소 15일 이상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 안보리 결의안은 6일 만에 채택됐다. 지난해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때는 8일, 한 달 후 5월 2차 핵실험 땐 16일이 걸렸다.

문제는 중국이다.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대개 주도적으로 입장을 내놓지는 않는다. 따라서 조사결과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중국이 안보리 결정에 키를 쥐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상당히 자극할 만한 결의안에 중국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보리 분위기를 전했다.

한·미·일은 명백한 어뢰 발사 증거가 나타난 만큼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하며 최대한 설득할 방침이다. 설득은 공식회의보다는 이사국들의 비공식회의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릐안보리의 결론은=안보리가 채택할 수 있는 것은 결의안, 의장성명, 의장 언론발표문이다. 가장 높은 수준인 결의안은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도 반대가 없어야 채택된다. 하지만 중국 때문에 채택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정부도 형식엔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의안을 추진하다 무산되느니 내용이 알찬 의장성명이 더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현재 발효 중인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촘촘히 실행하면 아주 강력한 대북제재 효과를 볼 수 있다. 의장성명은 구속력은 없지만 안보리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하는 형식이라서 국제사회의 의견이 한데 모아진 것으로 간주된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이 안보리 회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 국무부를 방문하고 난 뒤 “안보리 조치는 정치적 상징적 도덕적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로선 새 대북제재 결의보다는 의장성명이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도 굳이 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결의안이든 성명이든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정전협정 위반임을 분명히 명시하는 쪽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발표 내용에 공격행위 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두루뭉술하게 표현되면 자칫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남북한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