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는 선거, 안보는 안보

입력 2010-06-04 17:57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의 대북 공작원 ‘흑금성’ 박모씨가 지난 3일 공범 손모씨와 함께 군사기밀을 북한 공작원들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하루 뒤엔 서울지검 공안1부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 암살을 위해 국내에 잠입한 ‘2인 암살조’ 김모씨와 동모씨를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1997년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 집권 저지를 위해 벌인 ‘북풍’의 장본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엔 2005∼2007년 중국에서 만난 북한 공작원에게서 돈을 받고 군사기밀인 한국군 야전교리와 야전교본 등을 넘겨줬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함께 구속된 손씨는 국내 첨단 방위산업체 간부로 2005년 군 통신장비 정보를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엔 현역 장성까지 연루 의심자로 이름이 오르내려 눈길을 끈다.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 육군 소장이 박씨에게 극비 군사비밀문서를 넘겨준 정황이 있어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 봐야겠으나 사실로 드러난다면 충격적인 일이다. 황장엽을 해치러 온 ‘2인 암살조’는 북한 정찰총국의 지시로 남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황장엽을 자연사하도록 놓아두어선 안 된다”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지령을 받고 넘어왔으며, 추가 지령을 받기 위해 이메일도 갖고있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두 사건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은 남한의 군사기밀을 얻기 위해, 또 탈북자들의 반북 행위를 막기 위해 집요한 공작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우려되는 바는 우리 사회 내 안보시스템의 취약점이다. 국정원의 대북공작원이 변절한 것을 몰랐던 것도 문제지만 군 장성이 이적행위를 했다면 국가 안보는 핵심부에 까지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 선거 후 북한은 환호작약했다. 선거 결과에 고무된 나머지 더욱 적극적으로 대남 공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선거는 선거고 안보는 안보다. 선거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 안보 의식과 태세를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