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대 성장률에 현혹되지 말아야
입력 2010-06-04 17:57
올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8.1%를 기록했다. 분기별 성장률로는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1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로 경기가 급락했던 만큼 기저(基底)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로 -4.3%였기 때문이다.
어떻든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생산 소비 투자가 고루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로 제조업 생산은 20.7%,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6.3%, 29.9% 늘었다. 재화수출도 21.6% 증가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8.9%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GNI는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전분기 대비 GNI 증가율은 0.9%에 불과해 경제주체들의 체감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대목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은은 산업생산과 수출의 호조세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하반기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했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불안, 중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도 거론되는 탓이다.
1분기 성장률이 예상 이상으로 호조를 보인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다. 미뤄뒀던 기준금리 인상도 물가불안을 감안하면 더 이상 피해갈 수 없고 환율 하락세와 더불어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경기활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또한 실질적인 체감경기의 회복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경제 체질을 강화하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는 한편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은 투자 확대와 경쟁력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가계의 부채관리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만에 하나 정부가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를 지나치게 의식해 손쉽게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정책을 선택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여 온 한국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