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리 순국기념비 앞에서 무릎꿇은 日 오쿠무라 목사

입력 2010-06-04 17:05


“일본은 한반도를 침략해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했습니다. 3·1 만세운동의 무저항 정신은 중국 인도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에서 통역관 설명을 듣던 일본 삿포로침례교회 오쿠무라 도시오(62) 목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쿠무라 목사는 제암리교회, 독립기념관 등 일본의 만행으로 얼룩진 역사 현장을 직접 돌아보기 위해 내한했다. 일본인이 한국인들을 잔혹하게 학살했거나 고문했다는 사실을 들을 때마다 침통한 표정을 지었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침례교일본연맹 소속으로 일본에서 양심 있는 목회자로 꼽힌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고집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상대로 ‘정·교 분리의 원칙’ 위반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또 재일동포 지위개선 운동에 나서 지문날인 강요 거부를 이끌어냈으며 최근엔 선거권 보장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오쿠무라 목사는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비 앞에서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대신 사죄했다.

“우리들은 한국인에게 천황을 살아 있는 신으로 섬기라고 우상숭배를 강요했습니다. 신사참배를 강요했고, 제암리교회에서는 방화를 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자행했습니다. 창씨개명을 강요했을 뿐 아니라 조선인들을 전쟁에 동원했습니다. 일본이 한국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해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이라는 그는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동문교회(손세용 목사) 수요예배에 참석해 지난날 일본 정부가 저지른 역사에 대해 바로 알아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역사는 결코 왜곡되면 안 됩니다. 일본의 과거 만행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반성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서 예수님을 믿는 이들이 마음으로 하나 돼 화해의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일본 크리스천들을 받아들이고 복음의 불모지인 일본 선교를 위해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