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귀국한 해외 파송 선교사들, 안식관 태부족에 찜질방 등 전전

입력 2010-06-04 17:42


중동에서 사역하던 김성철(가명) 선교사는 최근 갑작스러운 추방조치를 당해 가족만 남겨두고 홀로 귀국했다. 김 선교사가 소속된 선교단체 안식관에는 빈방이 없어 후원교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안양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본부가 있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져 한 달 만에 서울 영등포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다. 김 선교사는 “이달 말 귀국하는 가족과 함께 머물 하우스형 안식관을 구하지 못해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안식년이나 일시방문, 각종 선교대회 등으로 모국을 찾는 선교사는 한 해에 2000명 수준. 그러나 이들이 쉴 곳은 매우 한정돼 있다. 파송 규모에 비해 안식관 수가 지나치게 모자라기 때문이다(표 참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만 하더라도 2000여명 파송 선교사에 안식관은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안식관과 서울 서초동 2곳으로 방 36개가 전부다. 예장 통합은 서울 상계동과 길동에 10가구, 경기도 김포, 마석 각 1곳 등 12개를 보유 중이다. 이마저 교단 파송 선교사만 이용할 수 있다.

전문 선교단체는 더 열악하다. 한국OMF선교회(대표 김승호 선교사)는 안식관 방 5개가 8월까지 예약이 모두 끝났다. 2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OM선교회(대표 김수용 선교사)는 안식관이 아예 없어 교회나 타 선교단체 안식관에 문의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방을 구하지 못한 선교사들은 부모나 친척집 등을 전전해야 하고 급할 경우 찜질방을 이용하는 사례도 생긴다. 최근엔 추방되는 선교사들이 많아지면서 거처 대비도 못한 채 귀국해 어려움을 당하기도 한다.

개교회 등이 보유한 안식관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단기체류용(한 달 이내)이 많아 장기간 머물러야 할 경우 옮겨 다녀야 한다. 또 개인이 소유한 게스트하우스 등도 있지만 정보공유가 안 돼 찾기가 어렵고 또 지방에 흩어져 있어 선교사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한국WEC선교회 동원담당 유병국 선교사는 “대부분 가족과 함께 방문하는 선교사들에겐 주택형 안식관이 더 많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선교사들은 교통 등이 편리한 도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이 도시를 원하는 이유는 도시 속에서 활기를 찾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한국보다 열악한 환경과 오지 속에 살았던 선교사들은 한국에서라도 도시에 있고 싶은 것이다. 도시에는 또 선교단체 본부나 관련 단체가 밀집해 있어 정보 공유도 용이하다. 안식관이 재충전을 넘어 정보교류와 신앙훈련을 쌓을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되는 이유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 사무총장은 “세계 2위 선교사 파송 국가의 위상에 비해 재충전과 정보교환 등을 위한 선교사 안식관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교회가 연합해 대도시 속에 다양한 공간의 안식관을 확보할 수 있다면 선교의 질적인 측면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