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총회 뒤 감리교본부 가봤더니...'고요 속 불안'

입력 2010-06-04 15:42


[미션라이프] 기독교대한감리회 전·현직 감독들이 주도한 ‘6·3 총회’에서 새로운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된 소화춘 목사는 총회 직후 “4일 본부로 정상 출근하겠다”고 말했다. 총회대표(총대) 과반수가 모인 자리에서 선임된 만큼 직무대행으로서의 정통성은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였다.

4일 오전 8시30분. 서울 태평로1가 감리회 본부 행정기획실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본부 핵심 간부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본부는 이미 “총회 측과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감독회장 직무 및 총회와 관련된 업무를 맡는 행정기획실 업무 장소를 모처로 옮길 것”이라고 밝힌 터였다. 선교국, 사무국, 출판국 등 다른 사무실은 문을 열고 차분히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출근한 직원들은 평소처럼 아침 예배도 드렸다. 건물 관리팀에서 이따금 행정기획실이 있는 16층을 찾아 보안 시설 등을 점검했다. 혹시 있을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듯 보였다.

이날 소 목사는 전날 밝힌 것과는 달리 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총회 지지 세력도 총회 개최로 소진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선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소 목사는 “총회가 끝난 뒤 미처 준비가 안 된 부분이 있어 마무리한 뒤 월요일(7일) 출근할 예정”이라며 “일단 대화를 통해 본부 직원들에게 행정기획실 문을 개방할 것을 요구한 뒤 안 되면 그 다음 단계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현직 연회감독 및 6·3 총회에서 조직을 결의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출근, 예배를 드리고 회의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본부는 일단 외곽에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본부 관계자는 “꼭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예정된 업무는 차질 없이 볼 수 있다”며 “감독회장 재선거 역시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특히 “6·3 총회가 총회 소집 권한이 없는 이들에 의해 개최됐으므로 그 결의사항을 무효로 해 달라”는 내용의 법적 소송 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3 총회로 두 명의 직무대행 체제가 돼 버린 감리교, 총회 뒤 첫날은 태풍의 눈에 들은 것처럼 불안한 적막감이 흘렀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