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서 뜬 영화 안방까지 점령할까

입력 2010-06-04 18:05


인기 영화가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흥행한 영화가 다시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이다. 드라마가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리메이크돼 온 관행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4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관객 400만명을 동원한 영화 ‘7급 공무원’은 내년 TV 방영을 목표로 드라마화가 기획 중이다. 원작자인 천성일 작가가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맡는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되지만, 국정원 요원들의 일과 사랑을 코믹하게 버무린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지한다.

30억 아시아인에게 인정받은 영화 ‘첨밀밀’은 드라마로 변신해 하반기쯤 방영될 예정이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박용하가 캐스팅됐다. 오랜 기간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연인의 사랑이 주요 소재이지만 등장인물의 직업과 환경 등 세부 설정은 변한다.

지난해 흥행한 영화 ‘과속스캔들’도 제작사 올리브나인이 드라마화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드라마에서는 가족애가 강조될 예정이다.

물론 ‘타짜’(2008·SBS), ‘공포의 외인구단’(2009·MBC) 등 스크린에서 TV 브라운관으로 옮겨진 선례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영화가 아닌 만화나 소설이 이야기의 원천이었다는 점에서 최근의 흐름과 차별화된다.

원천 줄거리가 없는 상태에서 영화 시나리오만으로 리메이크하는 작업은 위험 부담이 높다. 드라마 ‘친구’(2009·SBS)는 리메이크의 실패작으로 평가받는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흥행한 영화를 드라마로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는 드라마 문법을 적용 못해서 오히려 원작을 망쳤다”면서 “영화 덕분에 시청자가 전체 줄거리를 알고 있는 만큼, 드라마로 옮겼을 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선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드라마는 리메이크 과정에서 영화의 주요 설정만 차용할 뿐 새로운 이야기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유사해도 제작 상황에 따라 직업, 환경이 다르고 에피소드도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첨밀밀’ 제작사 베르디미디어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직업과 공간 등은 영화와 다르다. 다만 영화의 서정적이고 멜로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드라마 대본의 구성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보통 흥행한 영화는 줄거리가 앞뒤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줄거리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되는 만큼, 앞뒤로 긴밀성을 유지하면서 긴 호흡으로 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