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 오르한 파묵, ‘순수 박물관’ 번역 출간
입력 2010-06-04 17:28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8)의 장편 ‘순수 박물관’(전 2권·민음사)이 번역, 출간됐다.
‘노벨상 수상 후 첫 장편’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이 작품은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 등을 다뤄왔던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1970년대 중반 터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른 살 케말은 부유한 집안, 좋은 회사, 아름답고 교양 있는 애인까지 둔 부러울 것이 없는 청년이다. 그러나 약혼식을 앞두고 연인 시벨의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른 가게에서 가난한 먼 친척의 딸 퓌순을 만나면서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다. 케말은 젊고 아름다운 퓌순에게 끌려 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퓌순이 사랑을 고백하는데도 그는 시벨과 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벨과 약혼하고, 결혼한 후에도 퓌순을 계속 만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약혼식날 하객으로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퓌순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케말은 퓌순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한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케말은 시벨과 파혼하고 퓌순을 찾아나서지만 그녀의 행방은 묘연하다. 케말은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모으고 그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박물관을 세운다.
2008년 8월 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 파묵은 “내가 쓴 가장 부드러운 소설”이라며 “장차 내가 기억될 작품”이라고 밝혔다. 파묵은 현재 이스탄불에 소설속 케말이 세웠던 ‘순수 박물관’을 직접 만들고 있다. 케말이 수집한 퓌순의 물건 등을 전시할 이 박물관은 올해 하반기에 개관될 예정이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