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퇴진 美·中 반응… 속으로 반기는 美-아쉬움 풍기는 中

입력 2010-06-03 19:04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사임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다. 미국은 신중 모드 속에서도 은연중 새 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중국은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일본의 정치 절차 및 하토야마 총리의 사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일본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본의 총리와 미국의 대통령이 누구였든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일본 정부 및 차기 총리와 더불어 양국이 직면한 광범위한 이슈들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응은 아주 신중했다. 공식적이고 원론적인 언급 외엔 어떤 다른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하토야마 총리의 사임이 미·일 관계를 삐거덕거리게 했던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를 선거공약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 때문이다. 미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변화된 일본 내 여론을 수렴해 반영하기보다는 원래 합의대로 밀고나가 하토야마 총리를 궁지에 빠뜨렸다는 워싱턴 일각의 지적도 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냉대가 그를 퇴진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엔 미국이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기대를 접고, 차기 총리와 미·일 관계 복원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각이 배어 있다.

중국은 하토야마 총리 퇴진이 중·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기대했다. 그동안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탈피, 아시아로 눈을 돌린 하토야마 총리를 높이 평가한 만큼 아쉽게 여기는 분위기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재임기간 중·일 관계 발전을 중시한 하토야마 총리는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데 크게 노력해 왔다”고 논평했다. 이어 “일본 정국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중국은 일본과 함께 양국간 전략적 호혜관계를 심도 있고 전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주문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도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의 이력과 성향 등을 부각시키며 총리 교체가 중·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