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월 중간선거 ‘바꿔’ 바람 낌새
입력 2010-06-03 19:01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바꿔 열풍’이 일어날 조짐이다.
미 언론이나 정치 분석가들은 정치판을 바꿔보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조심스럽게 이 같은 전망을 내놓곤 했다. 그런데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집계한 현재까지의 중간선거 후보자 수 현황은 정치판 물갈이의 욕구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AP통신은 FEC 자료를 인용, 지금까지 2341명이 연방 상원 및 하원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숫자는 FEC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후 최고치다. 최근에 치러졌던 2006년 선거에는 1588명, 2008년에는 1717명이었다. 후보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92년 대선과 함께 치른 선거로 2159명이었다.
이번 선거는 2년 임기의 하원 전원(435명)과 6년 임기의 상원 100명 가운데 3분의 1(36명) 등 모두 471명을 뽑는다. 따라서 현재 후보자 수로만 계산해도 평균 경쟁률이 5대 1이다. 아직 입후보 등록을 마감하지 않은 주가 10여개인 데다 몇몇 주에서는 입후보 현황을 FEC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실제 입후보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후보자 수가 역대 최고치인 것에 대해 선거 전문가들은 우선 정치 혐오감이 극대화됨에 따라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정치 신인들이 파고들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제3의 후보가 많은 것도 이유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좀 더 강력한 견제를 원하는 유권자 운동단체 ‘티파티(Tea party)’가 공화당 안에서 또는 무소속으로 보수성향의 후보를 많이 내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다선의 현직 의원들이 곳곳에서 낙선하고 있다. 5선의 알렌 스펙터 민주당 상원의원이 예비선거에서 떨어졌고, 3선의 밥 베넷 공화당 상원의원도 당내 경선에서 티파티 후보에게 밀렸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14선의 앨런 몰러헌 민주당 하원의원도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유타주의 공화당 경선에서는 3선인 로버트 베넷 상원의원이 떨어졌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감은 당적을 변경한 ‘정치 철새’ 의원들에게도 타격을 주고 있다. 오바마가 의원시절 적극 지원했던 스펙터 상원의원이 일찌감치 해군 출신 조 세스텍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1일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옮긴 파커 그리피스 하원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티파티의 지원을 받은 모 브룩스 후보에게 패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