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킹메이커 오자와, 양날의 칼”

입력 2010-06-04 00:37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동반사퇴 의사를 밝힌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의 정치적 결정과 행보에 일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총리가 될 민주당 대표 경선에 당내 인사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실세’ 오자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차기 대표가 누구이며, 오자와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갖느냐에 따라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전망이 뚜렷해진다.

일본에서는 정치 문외한이라도 ‘민주당 대표로 뽑혀 차기 총리가 되려면 오자와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집권 민주당 내 기류를 실감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3일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재무상이 오자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거나 반(反)오자와 세력이 단합할 경우 당 대표 경선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표 경선 결과는 민주당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어떤 성과를 얻을지 가늠케 하는 잣대가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오자와 막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것이다. 오자와에게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탓이다. 차기 민주당 대표 겸 총리가 오자와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탄생될 경우 오히려 ‘거대한 역풍’을 맞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3일자 사설을 통해 “유권자들은 ‘오자와 독재’에 실망을 느껴왔다”며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오자와 간사장이 이번 기회에 정계 은퇴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래서 민주당이 4일 설득력 있는 대표 경선 결과를 통해 ‘8개월 단명 정권’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지우고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가 초미 관심거리다.

대표 경선은 지난 2일 발 빠르게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한 간 부총리,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중의원 환경위원장의 2파전 양상이 됐다. 폭넓은 지지 세력을 거느린 간 부총리가 일단 유리한 입지에 섰다. 간 부총리 지지 세력은 자신의 계보 60여명을 포함해 하토야마 총리 그룹 70명, 옛 사회당계 의원 30여명 등 160여명에 달한다. 또한 간 부총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등이 줄줄이 간 부총리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반 오자와 그룹이다.

오자와 그룹은 3일 오후 늦게 “민주당이 확실하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간 부총리가 아닌 새 인물을 후보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며 자율투표를 결정했다고 NHK방송이 3일 보도했다. 오자와 그룹의 행보가 막판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이들은 반 오자와 그룹이 간 부총리 지원 조건으로 오자와 간사장의 당내 영향력 배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자와 그룹이 대거 다루토코 위원장 지지로 돌아설 경우 경선은 접전으로 흐를 전망이다.

이동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