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불황에 약하다?… 한국도자기·슈프리마, 영국·미국 시장 뚫어
입력 2010-06-03 18:58
영국 런던의 최고급 백화점 해러즈는 최근 불황으로 현지 도자기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자 ‘뉴페이스’로 한국도자기를 입점시켰다. 수년 전부터 고급 브랜드 ‘프라우나’로 유럽 시장을 두드려온 한국도자기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중소기업이 경기침체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통념을 깨뜨리는 사례다.
코트라는 3일 ‘불황을 극복한 세계 시장의 우수 중소기업’ 보고서에서 한국도자기를 포함한 12개 한국 업체와 해외 15개사를 ‘돌파 기업(Breakthrough Company)’으로 선정,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식 지문인식기를 생산하는 슈프리마는 올해 초 미국 인구통계청과 142만 달러(17억원) 규모의 지문스캐너 공급계약을 맺었다. 인구통계청이 올해 인구조사를 위해 고용한 계약직 130만명의 신원확인 작업에 슈프리마의 지문스캐너가 쓰이게 된 것. 이 제품은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국제인증도 받았다.
식품 밀폐용기를 만드는 락앤락은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인도 시장을 뚫었다. 인도인들이 많이 쓰는 향신료가 섞이지 않도록 용기를 만들고 탈·부착이 가능한 숟가락도 함께 팔았다. 또 더운 날씨 때문에 항상 물통을 들고 다니는 인도인들의 습성을 감안해 세척하기 쉽고 오래 쓸 수 있는 물통을 출시했다.
벨금속공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손톱깎이 시장을 장악했다. 손톱깎이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발품’이 중요하다는 점을 노렸다. 시골 구석구석 구멍가게에까지 납품하는 정성으로 불황을 모르는 실적을 내고 있다.
해외 중소기업으로는 일본 V큐브와 프랑스 버짓텔레콤의 사례가 눈에 띈다. V큐브는 불황으로 해외출장을 나가기 어려워진 기업들에 웹 회의시스템을 팔아 큰 성공을 거뒀다.
버짓텔레콤은 거대 이동통신사들이 소홀히 여기는 이민자와 노년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이 원하는 단순한 서비스(통화와 문자메시지 송수신)를 싸게 제공하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현지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강자가 됐다.
한선희 코트라 통상조사처장은 “모든 중소기업이 불황에 약한 것은 아니다”라며 “민첩하게 틈새시장을 찾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기술력으로 공략한다면 불황이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