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민심 대이동] 與 텃밭 경남에 꽂은 野 깃발… 지역구도 ‘변화 바람’
입력 2010-06-03 18:54
사상 최초로 1인 8표제가 도입된 6·2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 홍수로 유권자들의 ‘줄투표’(특정 정당 번호를 일렬로 찍는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교육의원이나 기초의원 등을 제외하고는 후보들을 비교적 정확히 검증해 투표에 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번 선거를 통해 여야가 유지해온 지역구도가 깨지는 등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는 4%가 넘는 무효표가 발생해 특정 후보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묻지마 ‘줄투표’ 적었다=선거 전부터 교육감 및 교육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 투표용지 기재 순위에 따른 ‘묻지마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걱정이 컸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교육의원에게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뿐 교육감 선거에서는 번호 프리미엄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곽노현 후보는 투표용지 기재 순서가 7번째였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그를 정확히 기억하고 표를 던졌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당선자도 4명의 후보 중 투표지에 3번째로 기재됐지만 별 영향 없이 재선됐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번호만 보고 찍는 선거 대신 후보자의 공약과 성향에 따른 ‘이데올로기 선거’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지만, 전체 25개 구청장 선거 중 1번인 여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고작 4곳에 그쳤다.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된 셈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투표 방식은 많은 혼선과 뒷말을 낳았다. 찍을 사람을 종이에 적어온 사람들도 있었고, 끝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권한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지역 구도 깨졌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텃밭인 영호남에서 여전히 강세를 유지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적잖은 구도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야권 단일후보였던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비(非) 한나라당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첫 민주당 출신 지사 탄생 기록을 세웠다.
또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도 자유선진당 강세지역에서 당선됐고, 울산의 민주노동당 윤종오 북구청장 당선자는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여당 텃세를 눌렀다.
비록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도전으로 평가받는 곳도 많았다. 부산에서는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5%를 득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또 호남에서 한나라당 정용화(광주), 김대식(전남), 정운천(전북) 세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두 자릿수 투표율을 기록한 점도 값진 평가를 받았다.
반면 영남권에서는 기초단체장 중 무소속 비율이 26%에 달해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가 약화됐다. 대전·충남을 기반으로 충청권 맹주를 자임해온 선진당도 기초단체장은 대전 1곳을 차지하는 데 그쳐 퇴조세를 보였다.
◇경기지사 무효표 논란=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19만여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무려 18만표를 넘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무효표를 사전에 방지했다면 선거판세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도 선관위의 도지사선거 개표집계 에 무효표는 18만3387표로 전체 투표수의 4.04%에 달했다. 선관위는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일 3일 전에 전격 사퇴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에게 기표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퇴 이전에 실시된 부재자 투표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서울 교육의원 무효표도 전체 투표수의 6.8%인 3만942표로 집계됐고, 경북 포항시 나 선거구에서도 무효표 비율이 5.1%나 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3일 “8개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무효표를 막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