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민심 대이동] 대북 강경정책, 전쟁 위기감 키워 젊은층 반감… 수위 조절할 듯
입력 2010-06-03 18:42
여권의 6·2 지방선거 패배로 이명박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천안함 사태 이후 추진했던 대북 강경 정책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 정책이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 패배로 정부의 대북정책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태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낳았지만, 역으로 두 달 이상 지속되면서 ‘북풍(北風)’에 대한 야당 지지자들의 우려와 피로감도 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대북 심리전 재개 등 북한을 자극하는 정부의 대응 조치가 발표되면서 고조된 남북 간 긴장감이 ‘역(逆)북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도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3일 “남북관계는 상호성이 있는데 정부가 위기를 관리하지 않고 출구 없이 대결 국면으로 가다 보니 젊은층에서 불안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전쟁이 나면 징집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젊은층의 반발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 같지는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기조와 원칙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지방선거 패배가 외교나 대북정책의 실패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사태가 있었으니까 한나라당이 그나마 그 정도 패배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정부가 이제 와서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다면 스스로 천안함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천안함 국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오는 10일쯤 대북 심리전 방송을 위한 확성기 10여대를 일단 군사분계선 일대에 시험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대북 조치의 타이밍이나 수위는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도 FM 라디오 방송부터 전단 살포, 심리전 방송 등 여러 수위가 있지 않느냐”면서 “확성기를 설치했다고 바로 방송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가 이번 사태의 정점이었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도 이제부터는 긴장 수위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