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민심 대이동] 패색짙던 오세훈 역전극 힘은 ‘강남3구 몰표’
입력 2010-06-03 21:22
“승리였지만 상처뿐인 승리였습니다. 장수들을 모두 잃어버린 대표 장수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전 밝힌 당선 소감이다. 그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신승한 데 대해 “저 자신을 깊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승리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오전 업무에 복귀해 시청 별관 대회의실에서 ‘하절기 수방 및 건강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모습이었다. 이번 승리로 그는 1995년 지방선거 실시 후 재선에 성공한 첫 서울 민선시장이 됐다.
민선 5기 서울시정은 오 시장이 그동안 추진해온 역점사업에 한층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의 구청장과 시의원이 대거 당선된 데다 교육감도 진보 성향이어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오 시장은 ‘여소야대’ 상황을 의식한 듯 향후 추진사업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여의도와 경인 아라뱃길을 잇는 한강주운(舟運) 사업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4대강 사업과 한강주운 사업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은 뒤 “이미 민선 4기 때 예산에 반영돼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시행정’으로 비판을 받아온 서울디자인 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교육정책도 만만치 않은 부분이다. 서울시교육청 예산의 상당부분을 서울시가 조달하고 있어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갈등 소지가 다분하다. 오 시장은 “서로 충분한 대화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변호사, 환경운동가, 방송인, 국회의원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1984년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던 중 93년 초 환경운동연합의 ‘일조권 소송’을 승리로 이끌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대중의 인기를 발판으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 정계를 떠났다가 2006년 5·31 지방선거를 17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최연소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