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민심 대이동] 막판 강남3구 몰표가 死色의 오세훈 살렸다

입력 2010-06-03 18:33


서울시장 선거 개표… 드라마 같은 승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개표 막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무더기표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들 세 구에서만 서울 전체 표차의 6배에 해당하는 표 차이가 발생하며, 오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

2일 오후 6시 출구조사 발표 전까지만 해도 오 후보가 한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한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10% 포인트 이상 벌렸고 방송토론에서도 한 후보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 후보(47.4%)가 한 후보(47.2%)를 겨우 0.2% 포인트 앞선다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양측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실제 개표 초반 다소 앞서나가던 오 후보는 개표율 1%를 넘기면서 역전 당했다. 이후 한 후보는 오 후보와의 격차를 4000여표 이상 유지하며 3일 새벽까지 줄곧 앞서 나갔다.

오 후보가 열세로 돌아서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개표 방송 도중 자리를 뜨기도 하는 등 캠프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3일 새벽 1시쯤 캠프를 찾은 오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는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기초단체장 선거결과를 보면 사실상 한나라당의 패색이 짙은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 후보 캠프 쪽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당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서초구를 비롯한 강남3구의 개표가 본격화되자 분위기는 재역전됐다. 3일 새벽 4시가 다가오면서 오 후보와 한 후보 격차가 줄어들다가 개표율이 74%를 넘기면서 오 후보가 한 후보에 앞서기 시작했고 오 후보의 리드는 개표 마감까지 이어졌다.

완료된 서울시장 선거 결과, 한 후보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관악구를 비롯한 17개구에서 오 후보에 앞섰고 오 후보는 강남3구를 포함한 8개구에서만 한 후보를 제쳤다. 한 후보는 대다수 구에서 오 후보를 눌렀지만, 관악구에서 오 후보를 3만5000여표 차로 따돌린 것을 제외하면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다. 반면 오 후보는 강남3구에서만 39만7000여표를 얻으며 27만여표에 그친 한 후보를 12만6000표 이상 앞섰다. 전체 표차에서 오 후보가 한 후보를 2만6000여표 차로 이긴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표차다. 또 용산구와 강동구 등 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 역시 오 후보 득표수가 한 후보를 크게 앞섰다. 강남 몰표 현상을 두고 야당 일각에서는 ‘오 시장은 강남 시장’이란 비판도 나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