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민심 대이동] ‘1, 2번’ 교육의원 당선자 94%… 말 그대로 ‘로또 선거’

입력 2010-06-03 18:44


6·2 동시 지방선거로 뽑힌 전국 시·도 교육의원은 10명 중 9명이 1번 아니면 2번으로 나타났다. 각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의원 역할을 하는 교육의원은 정당과 무관하기 때문에 기호나 번호 없이 기표순서(투표용지에 이름을 내려 적는 순서)만 있다. 교육의원 선거가 무관심 속에 치러지면서 후보자에게 무작위로 배정된 기표 순서가 득표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본보가 3일 확정된 전국 16개 시·도 교육의원 당선자 82명의 기표 순서를 분석한 결과 67.1%인 55명이 1번 후보였다. 2번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은 22명으로 26.8%를 차지했다. 이들 1·2번 후보가 전체 당선자의 93.9%다. 전국 교육의원 선거구 82곳 가운데 후보가 2명 이하였던 23곳을 빼더라도 결과는 비슷했다. 3명 이상 출마한 선거구 59곳 중 91.5%인 54곳에서 1·2번이 당선됐다.

다른 순서의 후보가 당선된 선거구 5곳에서도 1번의 ‘프리미엄(이점)’은 두드러졌다. 5곳 가운데 4곳에서 2위가 1번 후보였다. 이들 지역에서 1·2위 간 득표율 차이는 0.5∼4.4% 포인트에 불과했다.

교육의원 후보자 기표 순서는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선거에 앞서 추첨으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기표 순서는 후보자의 정치 성향이나 교육 철학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1·2번 후보가 줄줄이 당선됐다는 사실은 교육직 선거가 심각한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뒷받침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직 선거를 시·도지사나 구청장처럼 정당과 밀접한 선거와 함께 치르면서 빚어진 혼란”이라며 “대다수 유권자가 교육의원 기표 순서를 정당과 연관지어 투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번은 여당인 한나라당, 2번은 민주당 소속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당수 유권자가 후보와 공약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던진 표는 적극적 지지층을 압도했다. 교육의원 당선자 82명 가운데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지지해 온 후보는 각각 16명, 15명에 그쳤다. 나머지 51명(62.2%)은 정치색이 두드러지지 않는 후보였다. 전문가들은 아무 뜻이 없는 1·2번에 표가 몰린 점으로 볼 때 유권자들이 교육의원의 정치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동안 진보 성향 후보들을 지원해 온 참교육전국학부모회 전은자 교육자치위원장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투표했지만 결국 같은 번호에 표를 몰아주는 ‘줄투표’에 묻힌 게 아니겠느냐”며 아쉬워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