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의 진보교육감 시대] 1회 : 무상급식 전면 시행과 재원 확보 논란

입력 2010-06-03 21:43


무상급식 현실화… 지자체와 예산싸움 불가피할 듯

6·2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자들이 대거 등장해 그동안 보수 성향이 강했던 교육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진보 교육감들은 반 MB(이명박 대통령)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돼 곳곳에서 현 정부의 정책과 충돌하거나 대립할 것으로 우려된다. 진보 교육감들의 주요 정책을 분석하고, 파장과 논란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4차례 게재한다.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은 교육감 선거뿐 아니라 시·도지사, 시·도의원 선거 등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쪽은 ‘차별 없는 복지 실현’, 반대하는 측에서는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주장했다. 무상급식 전면 확대를 주장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무상급식 전면 확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커졌다. 다만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문제다.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국고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무상급식에 예산을 쓰는 만큼 다른 부문 예산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갈래다. 저소득층 자녀 무상급식은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가 국고로 지원한다. 이들을 제외한 도시 및 농·산·어촌 지역 무상급식은 2005년부터 시·도교육청과 지자체에서 급식비를 분담해 지원해 왔다. 이들 지역 무상급식이 국비 사업에서 지방비 사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중 저소득층의 경우 교과부와 한나라당이 2012년까지 저소득층 가정의 모든 초·중학생에게 전원 무상급식을 실시키로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 당선자들은 나머지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기존의 학력신장 정책 등에 투입돼온 교육예산을 대거 급식 지원 쪽으로 전환하고, 별도로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모든 초·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선 교육감이 시·도의회에 관련 예산을 요청하고, 시·도 의회가 이를 심의·결정해야 한다.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만큼 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을 시·도의회가 받아들이면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했던 도시 지역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도의회가 세 차례나 전액 삭감해 무산됐다. 하지만 6·2 선거를 통해 야당인 민주당이 서울과 경기도 등 지방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무상급식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의회의 경우 106석 중 79석을, 경기도는 112석 가운데 71석을 각각 차지했다. 민주당 후보 대부분은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 초·중학생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될 경우 그 파장은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민주당이 지배하는 지방의회가 승인하더라도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단체장들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마지막 관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무상급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시·도의회 의결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하는 것보다 예산을 방과후학교 활성화, 수준별 맞춤형 학습 지원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도 무상급식보다는 무상교육·보육에 치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